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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Sep 20. 2022

대퇴사의 시대에 끼고 싶지만……

도비는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바야흐로 대 퇴사의 시대라고 한다. 작년과 제 작년에 그전에 비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는 퇴사를 했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공무원의 인기가 예전보다 못하다고 했다. 사실 인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공무원의 워라벨이 엄청 좋고, 신의 직장인 것처럼 선전하는 통에, 공무원만 되면 업무 스트레스는 낮고, 칼퇴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지방 일반행정직 신규로 들어와 먼저 하게 될 일은 각종 서류를 발급하는 일이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서류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등본과 초본은 물론 가족관계 증명서, 출입국 사실증명서에 각종 납세증명서, 토지대장, 지적도, 건축물대장, 부동산 종합증명서, 자동차 등록원부 발급에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 등등등 수많은 증명서들을 발급해 주어야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증명서가 이렇게나 많이 필요한 지 공무원이 되고 알았다.

경력이 조금 쌓이면 서무 회계 등 살림과 급여 등을 담당하고, 그 뒤로는 어떤 일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지금은 20년 전의 케케묵은 서류를 눈이 빠지도록 찾아야 되는 날도 있고, 지출도 해야 하며, 즉결민원도 있지만 장기민원도 있는 그런 업무를 하고 있다.

나중에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도 하는구나 하며 행정직이 잡직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오늘도 그 20년 전의 케케묵은 서류들을 찾다가 눈과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왜 그때 일을 이렇게 해 두어서 20년 뒤의 후임자가 고생해야 되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컴퓨터처럼 딱 떨어지는 일도 아니고, 이런 복잡한 관계들을 컴퓨터도 없이 손으로 써가며, 그 무거운 서류들을 뒤져가며 업무를 했을 걸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진 빠지는 일이라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은 날이었다.


BBC 기사 worklife 부분을 가끔 읽는다. 대퇴사시대라는 타이틀의 기사에는 직원들은 회사가 직원을 대하는 방식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했다.

이것은 임금, 복리후생 보안, 승진 기회 안정성과 공정성 등 여러 가지로 측정된다고 했다.

(Just capital의 조사 결과라고 합니다.)


이것을 읽고 나니 왜 이렇게 의원면직이 하고 싶은지 이해가 되었다. 그냥 일이 하기 싫어서라고만 생각했었다.

첫째 임금, 공무원 임금은 법정화 되어있으니 얼마 받는지는 공개되어 있고, 또한 연금 보고 참아온 세대와 달리 공무원 연금은 메리트가 없어진 지 오래이다.

겸직도 허락되지 않으니 월급만 가지고 살아야 한다.

복리후생 사실 잘 모르겠다.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지원, 경쟁을 뚫고 당첨되면 지원해주는 휴가비 등이 다른 곳 보다 메리트가 있을까?

그냥 근무 환경이나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승진 기회도 메리트가 없다. 연공서열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고 팀장님들이 부럽지 않다.

팀장 직급으로 승진하려면 겪어야 하는 많은 일들과 가슴에 돌덩이들을 생각하면 승진도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안정성은 잘릴 걱정이 없으니 인정한다. 시험 보고 들어오니 그때의 공정성은 인정하지만, 그 뒤는 내가 느끼는 바를 말하자면 말하고 싶지 않다.

안정성 하나로 예전 같은 경쟁률이 나올 리 없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기사를 읽다가 대퇴사의 시대라는 말을 보고 그 시대에 끼지 못하는 내가 슬펐다.

물 밑에서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여도 물 위에서 겨우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말까이다. 퇴근 후에는 도대체 뭘 해야 대퇴사시대에 발이라도 좀 담가볼까?

생산적인 삶을 위해서 사람은 끊은 지 오래됐으니, 이제 맥주도 끊어야 하나?

그렇게 끊고 뭘 해야 될까? 결론은 또 없다.

원래 유행 따라가고 시대의 뒤처지지 않고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이렇게 글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나아졌으니 그것만으로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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