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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깔끔하게 해 주세요”

디자인을 맡기며 우리가 자주 하는 이 말, 왜 실패를 부를까요?

by 추실장

디자인을 의뢰하는 자리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는 “그냥 깔끔하게 해 주세요”입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익숙할 정도로 흔한 요청이죠. 그 외에도 이런 표현들이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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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느낌으로, 너무 유치하진 않게요.”
“고급스럽고 세련된 색감이면 좋겠어요.”
“폰트는 좀 있어 보이는 걸로요.”
“일단 작업해 보시면 느낌을 보면서 이야기드릴게요.”


말만 들어보면 디자이너를 믿고 맡기는 유연한 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말은 디자이너에게 아무런 전략적 실마리를 주지 못합니다. 그저 '느낌'만 남긴 채, 방향성 없는 결과를 향해 나아가게 되는 거죠.


그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게 돌아옵니다. 디자인은 예쁘지만 제품이 팔리지 않습니다. 고생해서 만든 상세페이지가 고객의 눈에 머무르지 못하고, 몇 초 만에 스크롤되어 사라집니다. 사장님은 말합니다.

“디자인은 나쁘지 않았는데, 뭔가 아쉬워요.”

하지만 그 ‘뭔가’는 대부분 명확합니다. 바로 기획의 부재, 그리고 구조의 실종입니다.


상세페이지 디자인은 단순히 이미지를 배치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건 고객의 행동 흐름과 심리 상태를 따라
정보와 감정을 시각적으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이 제품을 찾게 되었을지, 첫 이미지를 보고 무엇을 느낄지, 다음 스크롤에서 어떤 확신을 받아야 구매로 이어질지를 한 장 한 장의 이미지 안에 풀어내야 합니다.


‘깔끔하게’, ‘감성적으로’, ‘예쁘게’

라는 말은 그런 설계의 언어가 될 수 없습니다.


잘 만든 상세페이지는 고객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보여주고, 납득시키고, 공감하게 만들죠. 그래서 디자인은 감각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스크롤이라는 흐름 속에서 하나의 설득으로 조직하는 일입니다.


이 설계가 빠진 디자인은 아무리 예뻐도 결국 고객에게 아무 메시지도 남기지 못합니다.


저는 수많은 브랜드의 상세페이지를 제작하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디자인은 결국 전략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브랜드의 현재 위치, 제품의 핵심 가치, 고객의 니즈와 소비 심리, 그리고 구매까지의 여정을 모두 통합해서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도구’가 됩니다.


디자인을 맡길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잘 몰라서 그런데, 예쁘게만 해주세요.” 하지만 사실 디자이너가 필요한 건 ‘예쁨’이 아닙니다. 왜 이 제품이 팔려야 하는지, 무엇이 이 브랜드만의 차별점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이 정보가 정확할수록 디자인은 명확해지고, 그 명확함이 곧 설득력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에 디자인을 맡기게 된다면, 이렇게 말씀해 보시면 어떨까요?


“우리 제품이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기존 고객들이 왜 이 제품을 선택했는지 그 맥락을 담고 싶어요.”
“경쟁사와는 어떤 점에서 확실히 달라 보였으면 해요.”


그 순간부터 디자이너는 단순한 제작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전략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예쁘게 잘 만들었는데, 왜 안 팔릴까?’라는 고민을 해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방향을 조금 바꿔보셔야 할 때입니다.


디자인은 기획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감각보다 구조가 먼저이고, 느낌보다 전략이 앞서야 합니다.


저는 디자인이 아니라 매출이 나는 구조를 만드는 리뉴얼 디자인을 지향합니다. 브랜드 진단, 타깃 분석, 제품 기획, 콘텐츠 설계, 촬영, 디자인까지 전체 흐름을 통합해서 ‘팔리는 상세페이지’를 만듭니다. 디자인 자체보다 중요한 건, 그 디자인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흐름을 갖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브랜드가 더 이상 ‘감으로’ 디자인을 결정하지 않도록, 그 감각을 전략으로 번역하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디자인이 막막하실 때, 그냥 깔끔하게 해 달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실 때, 저를 한 번 떠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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