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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로, 고객은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연다”

화장품 상세페이지에서 카피라이팅이 중요한 이유

by 추실장

https://youtu.be/Vs7Rg7Y9w-Y?si=gJLEmk27Z89CtPyI

*스킨푸드의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유명한 카피가 있습니다.

감각적인 광고 비주얼로 유명한 박명천 감독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스킨푸드의 첫 CF는 따뜻한 자연광 아래 마치 음식처럼 먹음직스러운 스킨푸드의 제품이 연속해서 보이다가 성유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란 카피로 연결된다.

출처 : 장업신문(http://www.jangup.com)



화장품 브랜드의 상세페이지를 제작할 때, 많은 분들이 디자인부터 고민합니다. 어떤 이미지로 표현할지, 레이아웃은 어떻게 구성할지, 폰트는 어떤 게 좋을지.


하지만 제가 9년간 브랜드 디자인을 하며 깨달은 건 이것입니다.


“고객은 예쁜 디자인에 머무르지 않고, 이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비로소 구매합니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카피라이팅입니다.


고객은 ‘정보’보다 ‘공감’을 먼저 찾는다.


화장품은 감각적 소비재입니다. 피부에 닿는 느낌, 향, 사용감, 변화… 하지만 이 모든 걸 상세페이지에서 직접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텍스트’를 통해 고객에게 그 모든 감각을 상상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상세페이지는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심리적 여정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고보습 성분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 줍니다.” 이 문장은 정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발라도 속 당김이 해결되지 않는 날이 있으셨죠? 지금, 피부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수분을 느껴보세요.” 이건 공감이고, 설득입니다.


같은 제품을 이야기해도, 카피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고객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할 때, 고객은 그 제품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상세페이지에서 카피는 어떻게 배치되어야 할까?


효과적인 카피라이팅은 무작위로 배치되지 않습니다. 고객의 시선 흐름, 심리 흐름, 의사결정 구조에 맞춰 구조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저는 보통 아래의 5단계 흐름을 기준으로 상세페이지의 카피를 구성합니다.


1. 감정으로 시작하는 헤드카피

상세페이지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문장은 고객의 ‘이탈’을 막고, ‘관심’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건 기능 설명이 아닙니다. 고객의 상황을 건드리는 감정적인 문장입니다.


“들뜨는 화장 때문에 하루 종일 거울만 보셨다면.”

“오늘도 피부가 예민해서, 아무것도 바르기 싫었다면.”


이 문장들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탈을 막는 게 아니라, 머물게 만드는 카피가 되는 거죠.


2. 고민을 대신 말해주는 공감 카피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은 이미 여러 번 실패해 본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의 고민을 우리가 먼저 말해주는 순간, 고객은 “이 브랜드는 나를 안다”라고 느낍니다. 저는 종종 제품보다 리뷰를 먼저 분석합니다. 리뷰 속에 등장하는 말투, 고민, 단어를 추출하고 그 언어로 문장을 구성하죠.


“수분크림을 발라도 금방 날아가요.”

“속건조가 심한데, 겉만 번들거려요.”

“예민한 피부라, 새 제품은 쓰기 두려워요.”


이런 문장들은 고객 스스로 써왔던 말이기에, 그들이 상세페이지 속 문장에서 자기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3. 브랜드의 ‘태도’를 말하는 가치 카피

많은 브랜드가 ‘효능’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고객은 점점 더 ‘가치’와 ‘철학’을 소비합니다.


“우리는 성분 하나도, 아이와 함께 써도 괜찮을까 고민하며 만듭니다.”

“피부를 위한 선택, 그리고 지구를 위한 약속. EWG 올그린 등급, 비건 인증 완료.”


이런 문장은 ‘효능’을 넘어, 브랜드가 어떤 태도를 가진 존재인지를 말해줍니다. 고객은 더 이상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브랜드를 믿을지’를 고르고 있습니다.


4. 과학적 신뢰를 설계하는 수치 기반 카피

공감과 감성이 아무리 좋더라도, 구매를 결정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이성적 판단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임상 결과, 수치, 성분 인증, 테스트 완료 등의 객관적 정보입니다.


“4주 사용 후 피부 수분량 173% 증가 (피부과 테스트 기준)”

“EWG 그린 등급 전 성분 사용, 민감 피부 대상 저자극 테스트 완료”


단순히 적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강조되는 배치와 함께 구성할 때 신뢰가 완성됩니다.


5. 지금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CTA 카피

마지막은 행동 유도입니다. 이때는 단순히 “구매하기” 버튼 하나로 끝내는 게 아니라, 감정적 몰입 + 제한 조건을 동시에 제시해야 합니다.


“오늘 밤, 피부가 편안해지는 걸 느껴보세요.”

“5월 한정 비건 수분 세트 – 품절 전 마지막 기회”


CTA는 마지막 문장이지만, 구매 전환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언어입니다.


고객은 예쁜 디자인보다, '이해받는 문장'에 반응합니다.


저는 종종 클라이언트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디자인은 잘 만든 것 같은데, 왜 매출이 늘지 않을까요?” 그럴 땐 늘 이렇게 답합니다.
“그 페이지에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이 있었나요?”


상세페이지는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시나리오입니다. 고객의 눈과 마음을 설득하는 흐름. 디자인은 시선을 끌고, 카피는 신뢰와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인보다 먼저 ‘문장’을 설계합니다.


브랜드의 태도, 고객의 고민, 제품의 변화, 그리고 전환.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카피 전략. 그것이 제가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문장 하나로 고객의 마음이 움직이고, 그 마음이 손가락을 움직여 구매로 이어지는 것. 그 정교한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바로 브랜딩 디자이너이자 콘텐츠 전략가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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