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인간 디자이너가 더 필요한 이유

결국 남는 건 ‘해석’이다

by 추실장

요즘 주변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습니다.
“AI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디자이너는 앞으로 뭐 먹고 살지?”

그럴 때마다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합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나의 능력이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디자인의 핵심을 이루는 힘.
바로 ‘해석’입니다.


2304.i039.017.F.m004.c9.AI generated art AI powered content creation isometric.jpg

AI는 잘 만들지만, ‘왜’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한다.

요즘 이미지 생성 AI를 보면 참 놀라워요. 몇 줄만 입력하면 척척 결과물을 내고, 혹시 마음에 안 들면 금방 고쳐주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항상 느끼는 부분은 이거입니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보기에는 멋진데, 그 뒤에 깔린 ‘의도’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고급스럽게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나옵니다. 하지만 고객이 말하는 ‘고급스러움’이 클래식한 고급인지, 현대적인 고급인지, 혹은 부담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고급인지…

그 차이를 AI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바로 그 지점에서 해석이 필요합니다.


해석은 감정과 맥락을 읽는 능력이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입니다. 그래서 기계가 가장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감정’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느낌이 정확히 어떤 결인지, 어떤 톤으로 사람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어떤 분위기가 이 브랜드의 상황과 역사에 맞는지.


이런 것들은 단순히 이미지가 잘 나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거 같아요.. 디자이너는 대화를 통해, 브랜드를 관찰하며,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감정의 방향을 읽어냅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의도, 고객이 인지하지 못한 불안감, 브랜드가 숨기지 못하는 결핍 같은 것들까지요. 이건 아무리 발전한 AI도 완벽하게 따라올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결국 디자인은 ‘선택’이고, 그 선택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AI는 수백 개의 시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그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의 톤앤매너와 맞는지

타깃의 생활 방식과 감정에 어울리는지

길게 봤을 때 브랜드의 성장 방향과 부딪히지 않는지

공간, 시간, 문화적인 맥락에서 자연스러운지

이런 기준을 세우는 게 바로 ‘해석’이죠.


툴을 잘 다루는 일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르고, 왜 그렇게 했는지가 디자인에서 훨씬 더 큰 무게를 가집니다.


디자이너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야기’를 만든다.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결국 ‘설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미지가 예쁘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해야 더 잘 팔린다”
“이 구조가 사용자에게 더 편하다”
“이 색이 브랜드가 말하는 메시지와 가장 맞닿아 있다”

이런 설명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디자인을 ‘기술’이 아니라 ‘언어’로 다루는 사람입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설명력을 갖지 못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인이 사람에게 어떤 감정과 행동을 일으키는지 경험과 관찰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해석의 힘입니다.


AI 덕분에, 오히려 디자이너의 본질이 드러나는 시대.

저는 오히려 지금이 더 흥미로운 시대라고 느낍니다. 디자이너의 손을 덜 써도 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더 본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디자이너는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의 의미를 결정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툴은 도와줄 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다운로드.jpg


AI 덕분에 디자인의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좋은 디자인과 그렇지 않은 디자인의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의미를 읽고,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니까요.


AI는 디자인을 그려주지만, 디자이너는 그 디자인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게 합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기술보다 관점이 강한 사람, 툴보다 해석이 깊은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아남을 겁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장님, 정보는 줄이셔야 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