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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golden age Feb 12. 2024

오랑주리 미술관 Musée de l'Orangerie

파리: 연꽃이 가득한 곳

오랑주리 미술관
 
이름도 예쁜 오랑주리, Orangerie는 프랑스어로 오렌지 나무를 뜻한다. 불결했던 파리 도시정비와 산업혁명을 이끈 나폴레옹 3세에 의해서 1852년에 건축된 오랑주리는 루브르 궁의 튈르리 정원에 있던 오렌지 나무를 위한 겨울 온실로 지어졌다. 스페인에는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는데, 파리의 오렌지 나무는 왕실나무였나 보다. 1927년에 미술관으로 개관한 오랑주리는 그 유명한 모네의 수련 연작뿐만 아니라, 르누아르, 세잔, 피카소, 마티스 등 보석 같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환상적인 컬렉션이다. 파리의 수많은 미술관중에서 감히 몇 곳을 골라서 추천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튈르리 정원의 끝자락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은 꼭 추천하고 싶다.



인상파 작품들은 어떤 기준으로 오랑주리와 오르세 미술관 두 곳에 나뉘어 있는 것일까. 오랑주리에 있는 인상파 작품들은 개인이 수집한 컬렉션으로 Paul Guillaume와 Jean Walter가 수집하였다. 열정적이었던 젊은 아트 딜러 Paul Guillaume이 1934년에 42세로 사망하면서 그의 미망인 Domenica가 컬렉팅을 이어 나갔다. 그녀는 몇 년 후에 광산 사업으로 큰돈을 번 건축가 Jean Walter와 재혼을 하게 되고, 지속적으로 미술품을 사고팔며 1860년에서 1930년대 인상파 작품으로 컬렉션을 완성해 나간다. 이후 국가에서 그녀의 컬렉션을 구매하게 되었고, 그녀는 두 남편의 성을 따서 The Walter-Guillaume collection으로 이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듯이 컬렉션의 중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Domenica가 있었고, 그녀의 사망 후인 1984년부터 148점의 인상파 작품들은 오랑주리에서 영구적으로 전시되고 있다. 특히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의 작품들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르누아르의 환상적인 색감을 글로 표현할 형용사가 마땅치가 않아 아쉬울 정도이다. 그의 <피아노 앞의 소녀들, 1892>은 비슷한 작품이 여러 점 전해지는데, 그중에 한 점은 오르세 미술관에 또 한 점은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두 점을 비교해 보아도 흥미롭다.


르누아르 <Girls at the Piano, 1892>.   (왼쪽)오르세미술관 소장      (오른쪽) 오랑주리미술관 소장


1층의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수련> 방에 들어가면 공간 그 자체가 예술이다. 자연 채광으로 환한 흰색 공간은 공기처럼 느껴지며 잔잔하고 고요하다. 마치 정원의 벤치에 앉아서 연못을 바라보듯, 가운데에 놓인 기다란 의자에 앉아 한동안 그 정원과 연못을 느껴본다. 오랑주리의 <수련> 작품은 모네의 250여 점 수련 작품들 중에서 마지막에 작업한 가장 대형 사이즈 작품들이다. 모두 다 높이는 2m이고 넓이는 6m에서 17m까지 각기 다른 8개의 작품이 두 개의 타원형 방의 벽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1918년 11월 11일 세계 1차 대전이 종식된 다음날인 11월 12일에 모네는 평화의 상징으로 두 개의 대형 <수련>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에 추가 기증도 약속한다. 그는 1899년부터 86세인 1926년에 사망할 때까지 20여 년 동안 그의 마지막 정착지인 지베르니에서 <수련> 작업에 집중하였다. 오랑주리의 모네방은 해가 뜨면서 빛으로 공간이 채워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작품의 배치에도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일출 색상이 짙은 작품은 동쪽에, 일몰 색상의 작품은 서쪽으로 배치하여 최대한 자연의 빛으로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곳이 각광받은 건 아니었나 보다. 그가 사망한 지 몇 달 후인 1927년 5월부터 그의 작품 27점이 오랑주리에 전시되었는데, 당시 그의 후기 작품에 관심이 없었던 미술 비평가들은 거의 방문도 하지 않았다. 참 세상 일은 알 수가 없는 거 같다. 세월이 지나 2006년 건물을 보수하고 재개관하면서 오랑주리는 가장 사랑받는 미술관이 되었고, 202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세상에 5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수련> 2m 대작 한 점이 7401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모네는 노후에 백내장으로 시력이 안 좋아졌고 <수련> 작품도 추상화처럼 변하였다. 색상 인식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팔레트에 물감의 순서를 엄격하게 지키며 기억과 상상을 통해서 작업을 해나갔다. 그는 수술이 무서웠던 건지 고집이 셌던 건지 백내장 수술을 받으라는 의사의 권유를 여러 번 거절하다가 83세인 1923년이 되어서야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다시 색상을 볼 수 있게 된 그는 시력이 안 좋았을 때에 작업한 캔버스들을 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폐기하였고, 일부는 이전보다 더 푸른색으로 수정하여 10년 전의 스타일로 되돌아갔다. 그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흐릿하고 뭉개져서 마치 추상화를 그린듯한 연못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가 색조와 음영을 보는 게 어려웠던 시기의 그림이구나 알 수 있다. 그러다가 말기의 작품을 보면 오히려 예전 분위기로 돌아오고 회춘한 듯 밝아져서 헷갈릴 수도 있는데, 다시 시력을 회복한 시기에 그리면서 밝아졌다고 이해하면 될 거 같다.



모네는 자연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순간적인 빛을 포착해 냈다. ‘공기를 칠하겠다’는 그의 한마디가 모든 그림을 설명해 준다. 모네가 그린 연못과 정원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으니 파리 근교의 작은 마을인 Giverny 지베르니이다. 초록초록한 정원의 꽃과 버드나무, 그리고 수련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현실의 정원이 있다니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시간을 조금 내서라도 다녀올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기왕이면 양귀비 꽃과 들꽃을 즐길 수 있는 봄, 물레꽃을 볼 수 있는 여름이 예쁠 거 같다. 이렇게 좋은 곳을 나 혼자 다녀오다니, 좋은 건 나눠야 한다. 딸 리사에게도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줬다.





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모네 작품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그 미술관의 위상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의외로 일본에서 모네 작품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었는데 발견할 때마다 그들의 발 빠름에 감탄하였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이건희 컬렉션에 모네의 <수련> 작품이 있어서 무척이나 감사했다. 모네는 한평생 끊임없이 빛을 연구하며 다작을 했지만, 그의 초기 작품부터 후기의 수련 시리즈까지 어느 시기의 작품을 보아도 빠지지 않고 명작이다. 지베르니 모네의 집에서 <수련> 작품의 일부분을 클로즈업 한 포스터 두 점을 사서 집안에 걸어뒀는데, 집안에 꽃이 피어있고 연못이 있는 거처럼 언제 봐도 기분 좋고 예쁜 그림이다.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The Water-Lily Pond)›(1917~1920)
100x200.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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