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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여행 준비하기

방문할 미술관 선정하기

by my golden age

우리 가족의 여행계획 주도권은 내가 가지고 있는 편이다. 워낙 계획을 잘 짜는 편이라 모두들 별로 저항 없이 동참하고 만족스러워한다. 나의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딸의 표정을 살펴보면, “나도 모르는 곳을 엄마가 어떻게 찾았지?” 하는 모습에 엄마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여행계획을 쉽게 잘 짜는 분도 있지만 엄두도 못 내고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먼 곳까지 휴가를 내야 하는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건 등 여러 가지 상황도 따라줘야 하겠지만, 결정이 빠른 성격인지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인지도 한몫하는 거 같다.


유행하는 mbti를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유형별 분석이 은근히 잘 맞는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눈치채셨겠지만 J <Judging>이다. 그래서 그런지 꼼꼼하게 계획을 짜는 거에서부터 성취감을 느낀다. 여행날짜와 목적지가 합의되고 나면 세부일정은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다행히도 3대에 걸쳐 가족 구성원 모두 미술관을 좋아한다. 역사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공간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보는 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의 추진력에 별 불평 없이 잘 따라와 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고민하며 의논만 하다가는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일단 떠나야 하므로 조금 더 잘하는 사람이 계획을 잡고 각자의 장점을 인정해 주며 분업을 하면 부드럽게 여행이 진행될 수 있다. 나는 항상 다음 여행을 꿈꾸며 현실화를 위해 미술정보에 촉을 세운다. 다음과 같은 습관들이 계획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1. 고수들의 도움을 받는다. 가장 쉬운 접근은 미술 관련 책을 늘 보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와 작품이 소장된 미술관을 보면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한 군데씩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미술 강의를 종종 들으러 다니며 전문가들에게 정보를 얻었고 미술 세계에 눈을 뜨는데 도움을 받았다.


2. 평소에 여러 정보를 통하여 관심 있는 곳이 생기면 그때그때 바로 지도앱을 열어 하트 표시를 해두고, 다음 여행지의 동선과 겹칠 때 참고한다. 위시 리스트가 쌓이면 목적지를 정할 때 도움이 된다. 예전에 한비야 씨가 방송에서 하신 말씀이 인상 깊게 남았다. 그분이 어렸을 때 집의 거실에 대형 세계지도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전 세계를 손바닥 안에 두고 누비시는 데는 역시나 이유가 있었다. 나에게는 핸드폰 안의 지도 앱이 꿈의 지도인 셈이다.




3. 지도앱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여행 목적지가 정해지면 지도 앱에서 그 도시의 미술관 목록을 검색하는 것이다. 키워드를 뮤지엄으로 넣으면 책에서도 접하지 못했던 미술관이 굉장히 많이 검색된다. 감사하게도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남겨주고 추천해 주어서 선별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전적으로 별표와 리뷰 숫자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한 리뷰와 사진이 생생하게 올라와 있어서 대략적인 느낌은 얻을 수 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미술관 중 상당수는 이런 방법으로 찾은 곳들이다.


4. 미술관의 폭을 좁힌다. 검색을 해보면 너무나 광범위한 박물관이 제시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자연사 박물관에 데려가서 공룡을 보여준 적도 있으나, 이후에는 미술로만 한정하고 역사나 자연사 박물관은 아주 유명한 곳이 아니면 과감하게 뺏다. 여행 기간은 늘 제한적이기 때문에 좋다는 곳을 다 볼 수가 없으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고전미술, 근대미술, 현대미술, 국립미술관, 시립미술관, 작가를 기념하는 미술관, 개인의 컬렉션을 함께 나누기 위하여 지은 미술관 등 컬렉션이 있는 곳이라면 모두 다 대상이 된다. 지도앱의 하트 표시를 엄선하여 이동 동선을 짠다.





5.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그 작품이 어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새로운 소장처를 접할 때마다 위시 리스트에 넣어둔다. 여행 목적지가 생겼을 때 동선이 맞으면 특별히 챙겨서 방문하게 되는데, 이렇게 찾아가게 된 미술관이 꽤 많다.


6. 딸이 학교 수업을 통해 방문했던 미술관들을 추천받았다. 미술 전공을 하면서 학교 수업에서 필드 트립을 자주 나갔다. 런던 밖의 아트페어는 물론이고, 다른 도시의 미술관 투어가 정규 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평소의 학과 과정에서도 오전에는 교수님과 박물관에서 만나서 수업하고 오후에는 강의실에서 마저 토론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어서, 이렇게 흘러들어온 정보들이 나에게는 좋은 지침이 되었다. 특히 런던에는 역사가 깊고 보물도 많이 보유한 미술관이 많지만, 많아도 워낙에 많다 보니 나의 지도 검색에서 골라내지 못하고 걸러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딸의 추천으로 회생되어 방문하게 된 소중한 정보들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런던의 미술관들은 흔히 들어 보지 못한 보석 같은 미술관들이라 생각된다.


7. 대부분의 미술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장품을 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여러 상황으로 직접 가서 볼 수 없다면 우선 온라인으로 작품 감상을 해보자. 친절하게 작품의 상세 설명까지도 나와있다. 번역기 활용을 잘하면 외국어도 문제없다.



여러 루트를 통해 알게 되어 방문한 미술관이지만, 사전에 어떤 곳인지 조사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관람 시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미리 미술관의 역사와 컬렉션에 대해 공부를 좀 하고 방문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이 보였을 텐데, 그렇게 까지 치밀하게 준비하는 성격은 아니다. 대신 전시를 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특이점과 궁금한 점은 사진으로 남겨두고 관람 후에 찾아보는 편이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미술관들에 대한 정보는 국내 서적으로는 별로 접해 보지 못한 곳이 많아서 기록을 남겨 공유하고 싶었다.


미술관 여행은 평소의 관심과 의욕이 중요한 거 같다. 꿈을 꾸면 이루어지니, 계획을 한평생으로 길게 잡고 기회를 만들어 보자. 날씨가 좋은 계절에 여행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미술관 여행이 목적이라면 겨울 비수기도 이용하자. 비록 외투가 무겁지만 장점도 많이 있다. 무엇보다도 관람객이 적어서 더 한가롭게 즐길 수 있고, 미술관 근처의 괜찮은 숙소도 비수기인 겨울에는 많이 저렴해진다. 어차피 몇 시간씩 내부에 있을 거라서 추운 날씨가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기후변화로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나의 겨울 여행 때는 유럽이 아무리 추워도 한국보다는 훨씬 따뜻했다. 덤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축하하는 화려한 장식들이 너무 예뻐서 겨울 여행도 좋아하는 편이다. 이 점은 매년 바뀌니 운에 맡기자. 혼자 떠나는 여행에도 더없이 좋고, 동반자와 함께해도 좋은 공간이 미술관이다. 신이 인간에게 주신 재능으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표현된 기록물들이 그 가치를 존중받으며 소중하게 다루어지는 곳이라 살아 숨 쉬는 역사가 느껴지며 감동이 있다. 그래서 미술관 사랑은 나날이 더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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