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Golden Ages
네덜란드의 황금시기를 공부하다 보니, 덴마크의 황금시기도 지나칠 수 없었다. 이름은 같은 <Golden Age> 였지만, 시기도 다르고 배경도 달랐다. 이참에 지도 앱을 열고 요리조리 미술관 검색을 해 보았다. 덴마크 지도를 본 적이 있었던가. 일단 국토 면적이 넓어서 놀랐고, 국토 모양이 이렇게 난해한지도 처음 알았다. 가보고 싶은 미술관들의 위치를 확인해 보니 동서남북 끝에서 끝으로 분포되어 있어서, 바다를 건너 이동해야 하는 지리적인 문제가 있었다. 깔끔하게 목적지를 코펜하겐 한 도시로 좁히고 동선을 정리해서 몇 군데를 골랐다. 결과적으로 코펜하겐 미술관들은 하나하나 기대이상으로 좋았고, 한정된 시간에 다 보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그 유명한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동상이 세계에서 가장 어이없는 3대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 이외에는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멀고도 먼 북유럽 국가 중 한 곳이다. 두 나라의 황금시대에 관심을 가지던 중, 리사가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미술관이 코펜하겐 인근에 있는데 몇 번을 가봐도 좋았다며 추천을 했고, 코펜하겐은 취업을 해서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도시라고 하길래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하게 되었다. 코펜하겐을 다시 생각해 보면 가볍게 며칠 스쳐 지나갈 도시가 아닌 듯하다. 역사적인 명소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충분한 시간을 보내보고 싶은 곳. 특히 작은 도시 안에 미술관이 왜 이렇게 많은지, 훗날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음식도 굉장히 좋았고, 빵은 어디를 가나 너무 맛있었다. 역시 데니쉬 빵이 유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정말로 특별한 도시다.
다른 유럽 도시들과는 사뭇 다르게 구도심안의 도로가 넓고 시원시원하게 쭉 뻗은 게 인상적이었다. 도로 양옆의 건축물들은 몇 백 년씩은 된 듯 고풍스러웠는데, 웅장한 건물 자태로 보아서는 도로가 최근에 확장된 거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 옛날에 이미 도시 계획을 했다는 말인가? 계획된 도시가 맞다. 코펜하겐은 1728년부터 80년 동안 대화재를 3번이나 겪게 된다. 안타깝게도 1728년 10월 20일부터 3일간 있었던 대화재로 중세 시대에 건설된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그 후 10년에 걸쳐 재건을 하였는데 1794년과 1795년에 또다시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며 남아있던 르네상스 유산은 거의 다 사라졌고, 18세기 이전의 건물도 몇 채만 남게 되었다. 또한 1801년과 1807년에는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에 휘말리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덴마크가 프랑스 편에 서서 함대를 지원할까 우려한 영국은 미리 코펜하겐 항구를 폭격하였고, 정박되어 있던 함대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되었다.
이후 도시 재건을 하면서 건축 자재로 벽돌을 사용하도록 규정하여, 화재대비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에 통일감을 주었다. 교차로에 서 있는 건물의 모서리는 직각이 아닌 대각선으로 만들어서 곳곳의 광장은 사각형이 아닌 팔각형이 되었다. 그 당시에 왜 도로를 넓게 만들었을까, 몇백 년 후를 내다본 걸까. 이유는 당시의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이었던 자전거용 도로를 계획한 거였다. 지금도 자동차만큼이나 자전거를 많이 탄다. 덕분에 도로의 옆길은 폭이 10m, 주도로는 15m나 된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 속에서 미래지향적인 코펜하겐이 만들어졌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편하거나 어색하지가 않다.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미적 감각과 그 안목이 놀랍고,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만으로도 호감도가 상승했다.
미술관은 SMK – Statens Museum for Kunst 코펜하겐 국립미술관과, 칼스버그 맥주회사 창립자가 세운 Ny Carlsberg Glyptotek Copenhage, 현대미술품을 만나 볼 수 있는 ARKEN Museum of Modern Art, 코펜하겐 외곽의 바닷가에 위치한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로 추려보았는데, 모두 훌륭한 건축물과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특별히 코펜하겐에서는 덴마크 예술의 “황금시기”라 불리는 1850년 전후의 덴마크 회화를 감상해 보자. 덴마크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고요함이 느껴져서 보는 이를 차분하게 만들고, 네덜란드의 “황금시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흥미로움도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덴마크 황금시기 작품들을 먼저 소개하고, 미술관을 한 곳씩 안내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