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루이스 & 루이스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은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선정되곤 한다. 사실 코펜하겐에 간 김에 들린 미술관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것은 덤이었고, 주 목적지는 이곳이었다.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해안가를 따라서 35km에 위치한 루이지애나는 바닷가 절벽 위에 서있다. 기차역에 내려서 미술관까지 10여분 걸으면서 지나가게 되는 동네는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담도 없는 주택들은 방문객을 환영하는 듯 정원을 정성스럽게 꾸며두었다. 미술관 입구에 걸려있는 전시 포스터는 모던하고 감각적인 것이 루이지애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소박한 건축물과 배경이 되어주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예술품은 그 경계가 모호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펼쳐진다. 단지 루이지애나 한 곳만을 위해서라도 코펜하겐은 꼭 추천한다. 야외 조각 정원에서 바닷가로 이어지는 산책로까지 전체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날씨 좋은 계절에 방문하기를 권하고, 관람객이 많으니 붐비지 않을 시간에 요령껏 이용하기를 덧붙인다. 파란 하늘 아래에 캔 하나씩 들고 잔디 위에 누워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고 낭만적이다.
미술관 이름이 <Louisiana>인 연유가 놀랍다. 1855년경 루이지애나 미술관 자리에 Alexader Brun이라는 사람이 저택을 지었다. 그에게는 세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세명의 이름이 똑같은 Louise였어서 그 저택은 Louisiana villa로 불리었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1958년 이 토지의 소유주였던 Knud W. Jensen가 미술관을 짓게 되면서, 옛날 빌라의 이름을 가져와서 그대로 미술관 이름으로 정하였다. 세 번이나 같은 이름이었으니 같은 자리에 영원히 남길 만도 하다.
Knud W. Jensen이 처음 미술관을 설립할 때에는 덴마크에 현대미술관이 없었기에 덴마크의 현대 미술을 볼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덴마크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그러나 독일 카셀에서 열린 대형 전시 (Kassel documenta)에 참석한 그는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에 충격을 받아, 컬렉션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는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덴마크 작가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현대 작품을 체계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크게 두 시대로 나누어서 전시한다. 1945년 이후의 유럽과 미국미술, 그리고 1990년부터 지금까지의 현대 미술로 나뉘어있다. 자연스레 코브라 운동, 누보 리얼리즘, 팝아트, 미니멀리즘, 컬러필드등의 예술 사조를 볼 수 있었다. Karel Appel, Germaine Richier, Alberto Giacometti, Yves Klein, Lucio Fontana, Jean Tinguely, Andy Warhol, Roy Lichtenstein, Robert Rauschenberg, Donald Judd 등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은 Louise Bourgeois, Philip Guston 등의 현대 작품도 계속 매입하고 있으며, 특히 2007년에는 David Hockney의 <A Closer Grand Canyon, 1998>을 구입하였다. 이 작품은 호크니의 대표작으로 60개의 작은 캔버스를 파노라마로 연결하여 구성하였는데 가로가 20미터나 되는 대형 사이즈이다. 미국 서부의 그랜드 캐년을 단순하지만 강한 색으로 표현하여 애리조나의 뜨거움과 웅장하고 신비로운 협곡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또한 쿠사마 야요이의 <Gleaming Lights of the Souls>의 방도 있다.
전시실로 들어가는 초입에서는 추상화가인 Asger Jorn (1914-1973)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을 오픈할 당시 해외에서도 인정받던 덴마크 대표 작가였고, 덴마크 현대미술에 포커스를 맞추던 시기라 Asger Jorn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하였다. 화려한 색감이지만 정리된 듯 차분하고 미국의 추상화와는 어딘지 다른 느낌으로 가정집에 가져와 걸어도 멋질듯했다.
야외 조각 또한 멋지게 구성되어 45개의 작품들이 풍광 속에 살며시 놓여 있다. 1976년생인 폴란드출신 작가 Alicja Kwade가 돌로 만든 구 <Pars Pro Toto, 2018>는 우주와 행성을 표현하는 듯 신비스럽다. 바닷가 테라스로 가면 Alexander Calder의 대표작인 <Little Janey-Waney, 1964-1976> 모빌과 <Almost Snow Plough, 1964-1976> 이 마주 보고 있다. Henry Moore의 <Two Piece Reclining Figure No.5, 1963-1964> 도 바닷가 앞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변화무쌍한 바닷가 날씨와 계절에도 개의치 않고 원래부터 자연의 일부분인 듯 잘 어울린다.
루이지애나에서 하늘과 바다와 조각품과 함께 시간 보내기는 버킷리스트에 넣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뮤지엄샵에서는 특히 포스터를 주목해 보자. 역대 전시 포스터의 디자인이 너무 훌륭해서 그 자체로도 좋은 작품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