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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delijk Museum Amsterdam

현대미술의 보물 창고

by my golden age

Stedelijk Museum Amsterdam 시립미술관


암스테르담에서는 네덜란드의 화가 반고흐 미술관이 제일 유명하지만, 현대 미술품을 다양하게 보유한 시립미술관도 기대이상으로 볼게 많았다. 일반적인 여행책에서는 시립미술관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고 관련 정보도 별로 없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컬렉션이 풍부해서 근현대 작가들의 대표 작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반고흐 미술관 대신 시립미술관에 지면을 더 할애할까 한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작품 중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 Jeff Koons (1955년- )의 <USHERING IN BANALITY, 1988> 은 무조건 반가웠다. 작품의 제목은 ‘진부함 (따분함)의 도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거 같다. 1989년에 시립미술관이 Jeff Koons의 초기 작품일 인수했을 때 네덜란드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왜 이 작품을 그렇게 큰돈을 주고 매입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작품이 과연 예술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키치 (Kitsch, 고급예술과 정통예술의 반대말)로 봐야 할지, 과연 이 작가를 이 시대의 예술가로 인정할 수 있는 건지, 또한 작가가 100명 이상의 조수를 거느리고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만든 작품을 과연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너무 많았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의 대열에 올라서 있으나, 30년 전의 반응은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201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우연히 Jeff Koons의 전시를 본 적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양한 예쁜 조각품들 뿐만 아니라 사진전도 있었는데, 그 전시에서 받은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전시명은 <Made in Heaven>으로 1989년에 발표된 시리즈였는데, 알고 보니 제프쿤스의 원래 전공은 포르노그래피였다. 사진전의 작품들은 평범한 사진이 아닌 포르노사진이었고, 확대하여 유리나 캔버스등에 인쇄하여 사이즈도 굉장히 크고 예술성이 물씬 풍기는 게 멋지기는 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그의 포르노 작품들은 관람 중 사진촬영은 절대 금지였고, 인쇄물이나 책으로도 찍어내지 않으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다. 오직 전시장을 방문한 사람만이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있었다. 놀랍게도 포르노 작품의 주인공은 Jeff 본인과 그의 부인이었다. 부인인 Cicciolina는 유명한 포르노 배우이자 이탈리아에서 급진당 국회의원까지 지낸 인사였다. 그는 부인과의 결혼으로 더 유명해졌고, 자신들의 결혼 생활을 그린 <Made in Heaven>으로 훨씬 더 유명해졌다. 그는 어느 시점부터인지 포르노그래피 작업은 그만두었고, 대중의 사랑을 흠뻑 받을 만큼 사랑스럽고 귀여운 강아지 시리즈등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다. 포르노 작품도, 동화 속 공원에나 있을법한 예쁜 조각 작품들도 모두 다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유니크하다.


Jeff Koons <Ushering in Banality, 1988>



어두운 전시실 한 곳에서는 Kusama Yayoi (1929년-)의 배 한 척을 만나게 된다. 이 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물방울무늬, 호박 모티브, 거울로 된 무한대의 방 등-보다 훨씬 이전에 탄생한 작품이다. 그녀의 환각 경험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문란한 생활을 했고, 어머니는 딸인 Kusama에게 아버지의 밀애현장을 엿보고 알려달라고 시켰다. 아동학대에 해당되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그녀는 마음이 병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 예술가로서 더 넓은 곳에서 활동하기 위하여 1957년 28세에 뉴욕으로 이주하였고 그곳에서 폭발적인 예술 활동을 하게 된다.


1962년에는 버려진 소파나 의자 등의 오브제를 주워다가 뭔가로 덮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만난 쿠사마의 배 한 척도 하얀색의 천 뭉치들로 덮여 있었다. 그냥 얼핏 보면 자갈 같은 것을 덧붙인 듯 보이는 배 한 척인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남성의 성기들이었다. 괜히 자세히 봤다 싶었다. 그녀는 어릴 때 느낀 두려움과 섹스에 대한 혐오감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서 남근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쿠사마는 같은 건물에서 작업실을 쓰던 동료 예술가 Donald Judd와 함께 폐차장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구하다가 망가진 보트를 발견하고는 가져와 작업을 했는데, 이 배는 그녀가 남긴 남근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이즈가 큰 작품이 되었다. 보트가 놓여 있는 방 전체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보트를 인쇄한 검은색 포스터 999장으로 포장되었는데, 초기 작품에서도 한 가지 패턴에 집착하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쿠사마는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받았고, 언론에 의해 조롱받으며 마음의 상처가 깊어졌다. 결국 1973년에 일본으로 돌아가서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2023년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의 전 세계 매장에는 Kusama Yayoi와의 콜라보 제품이 깔리고 매장 건물의 외벽까지 그녀의 물방울과 호박패턴으로 장식되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환호하는 쿠사마에게 차별받고 조롱받으며 위축되었던 시기가 있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굴곡은 있고, 바닥이 있으면 올라가기도 하고, 올라가면 내려오기도 하는가 보다. 작품을 통하여 그녀의 어린 시절을 알게 되었고, 그 악몽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다.


Yayoi Kusama <Aggregation: One Thousand Boats Show, 1963>


Henri Matisse (1869-1954)의 대형 컷아웃 앞에는 이 작품과 딱 어울리는 색감의 조각품이 다소곳이 설치되어 있다. 미국 작가인 Ellsworth Kelly (1923-2015)의 <Blue Red Rocker, 1963>의 작품이다. 비록 Kelly 자신은 Matisse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직접적으로 부인해 왔지만, 어쨌든 두 작품을 함께 배치하니 잘 어울린다. Kelly는 자신에게 조각이란 벽에서 떼어낸 그 자체라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Blue Red Rocker>는 정말 벽에서 떼어낸 듯 얇고 깔끔했다. 컷아웃은 Matisse의 후기 작품으로 몸이 안 좋아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던 작가가 주변의 작은 정원에서 걸으면서 볼 수 있는 대상들을 오려서 표현한 대형 콜라주이다. 나뭇잎, 석류, 앵무새(왼쪽), 그리고 인어(오른쪽)등을 표현했고 제목은 <La perruche et la sirène, 1952> 앵무새와 인어이다. 두 작품을 함께 배치하니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해 주는 게 조화롭다.


(왼쪽) Henri Matisse <La perruche et la sirène> 1952 (오른쪽) Ellsworth Kelly <Blue Red Rocker> 1963


시립 미술관은 Marc Chagall (1887-1985)의 작품도 40여 점 소유하고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Self-Portrait with Seven Fingers, 1913>는 샤갈이 25세경 파리에 정착했을 때 처음으로 그린 자화상으로 제목처럼 손가락이 7개인 그림이다. 그림 안에 그려진 두 도시는 에펠탑이 보이는 새로운 정착지인 파리와 그가 떠나온 고향 벨로루시로 샤갈의 복잡한 마음을 담은 듯하다.


Marc Chagall , <Self-Portrait with Seven Fingers, 1913>


이 외에도 재활용 병뚜껑을 활용한 대형 조각품으로 유명한 가나 예술가인 El Anatsui (1944-)의 기념비적인 작품 <In the World But Don’t Know the World, 2009>도 볼 수 있다. 평면인 작품은 엄청난 규모로 멀리서 보아도 압도적이고 가까이서 자세하게 보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디테일이 매력적이다. 수천 개의 병뚜껑을 자르고 펴고 비틀고 접으면서 소비세계의 부정적인 측면과 환경문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처음 만나 보는 현대작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언제나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은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다. 가능하면 다양한 작가들의 세계를 알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충만해지는 곳이었다.


El Anatsui <In the World But Don’t Know the World,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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