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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 총정리

Velazquez가 남긴 Margarita Teresa 초상화

by my golden age

2022년도 가을,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된 Diego Velázquez (1599-1660)의 명작 <Las Meninas 시녀들, 1656> 속의 공주님이 한국을 방문했다.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된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었고, Margarita Teresa (1651-1673) 공주의 초상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같은 시기인 늦가을에 런던을 방문했었다. The Wallace Collection에서 관람하던 중 높은 위치에 걸려있는 작은 액자 속의 한 소녀가 눈에 들어왔는데 무척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한국을 방문한 초상화와 아주 비슷한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였다. <시녀들>을 그리기 전에 연습 삼아 여러 점을 그린 걸까. 도대체 벨라스케스는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를 몇 점이나 그린 걸까. 프라도 미술관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가 여러 점 있었는데, 너무 여러 곳에서 본 듯하여 정리가 필요했다.


벨라스케스는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를 1653년부터 1659년 사이에 6점 정도 남겼다. <시녀들> 작품 속 주인공인 공주는 당시 5세 정도였다. 마르가리타 공주는 스페인이 가장 부흥했던 시기의 통치자인 펠리페 4세 (1605-1665)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Mariana (1634-1696)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이였다. 공주는 <시녀들> 작품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한 사람이 된 거 같다.


당시 합스부르크는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를 나눠서 통치하고 있었는데, 부부의 몇 안 되는 생존 자녀 중 한 명이었던 공주를 엄마의 남동생, 즉 외삼촌인 신성 로마황제 레오폴트 1세 (1640-1705)와 1666년에 결혼시킨다. 이때 마르가리타 공주는 15세밖에 안되었다. 공주가 3세 때 이미 정략결혼이 결정되었기에 남편이 될 왕에게 공주가 잘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하여 때마다 초상을 그려서 비엔나로 보냈다. 이 때문에 마르가리타 공주의 주요 초상화들은 비엔나에 소장되어 있다. 벨라스케스는 공주의 주걱턱은 감안해서 그렸지만 공주가 성장하면서 더 이상은 숨길 수가 없었나 보다. 프라도 미술관에는 벨라스케스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의 사위가 그린 공주의 초상화가 몇 점 더 남아있는데, 그 그림들에서는 주걱턱이 훨씬 더 심하게 표현되었고 전체적인 모습도 다르게 느껴진다. 벨라스케스 그림 속의 공주는 총명해 보이고 아름답게 잘 커가고 있었다.


1번 2번

1번) 1653-1654년에 제작. <Infanta Margarita Teresa in a Pink Gown> 2세 때 모습.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소장

2번) 1654년 제작. 3세 때 모습. Musée du Louvre 소장


3번 4번

3번) 1656년 제작. <시녀들> 이후에 그린 초상화이다. <시녀들>에서와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는 김에 한 점 더 그려서 비엔나의 레오폴트 1세에게 보낸 거 같다. 5세 때 모습. 이 작품이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로 한국을 방문했었다.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소장.


4번) 1656년 제작. 비엔나로 보내진 전신 초상화와 매우 비슷하다. 런던 The Wallace Collection 소장


5번 6번

5번) 1659년 제작. <Infanta Margarita Teresa in a Blue Dress> 8세 때 모습. 벨라스케스가 죽기 1년 전인 1659년에 제작된 마지막 그림 중 하나이다.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소장


6번) 1660년 제작 <Infanta Margarita Teresa in a Pink Dress> 벨라스케스의 후기 작업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페인팅 스타일이 좀 부족하게 다루어졌다는 평이다. 벨라스케스에게 후계자는 없었지만 그의 사위인 Juan Bautista Martínez del Mazo (1612-1667)를 그의 제자로 볼 수 있는데, 이 그림의 작가는 벨라스케스 일수도 있고 Juan Bautista del Mazo 일 수도 있다. Prado Museum 소장.


벨라스케스가 1660년에 사망할때까지 그린 공주의 8세 전 초상화들을 나이별로 정리해 보니 나의 혼란스러움이 한결 정리가 되었다. 공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아이 넷을 낳았으나 그중 셋이 요절하였고, 몸이 약했던 마르가리타는 6년간의 결혼생활을 끝으로 21세에 사망하였다. 2세 때부터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익어서 그런지 더욱 안타깝다. 짧은 생 못다 받았던 사랑을 지금 더 많이 받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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