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처음이니까
종교는 무교지만 유튜브에서 만난 법륜스님은 정말 명쾌한 분이셨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독박 육아를 하며 남편이 미워질 때마다 법륜스님을 찾아듣고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다 큰 아이 중2 때부터는 법륜스님을 거의 매일 찾아서 들었던 거 같다.
중2 때가 가장 힘든 사춘기라 그랬거니 했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중2 때 온 사춘기는 사춘기도 아니었다.
큰딸이 지금은 22살이 되었다.
난 아직도 법륜스님을 달고 산다. 헬스장에서도, 걸을 때도, 외출을 할 때도, 운전을 할 때도 그리고 잘 때도.... 중2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는 탈선을 하지도 않았고 엄마에게 대든 적도 없다. 주변 친구들도 다 착하고 다들 바르게 컸다.
그런데 나는 뭐가 그리 힘들었던 걸까? 그리고 지금 나는 뭐가 이리 힘든 건가?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예전에 읽어보고 보관하고 있던 책을 몇 년 만에 책꽂이에서 다시 꺼냈다.
'엄마 수업을 다시 읽어보자. 내가 엄마 노릇을 얼마나 잘 못 했기에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나 알아보자 '
재독을 하니 책 전체가 나한테 하는 말이다. 밑줄을 어마어마하게 그으며 읽고 있더라.
아이는 고2가 되면서부터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의 횟수가 많아졌다. 그로 인해 엄마인 나는 도움을 주려다가 자꾸 뒤로 밀려났다.
입시까지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거 아닐까?
하다가 알아서 한다니 둬야겠지?
그래도 아이가 싫다는데
억지로 할 수도 없고,
하루하루가 전전 긍긍이었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라 눈치는 눈치대로 보고 말도 못 걸겠고, 그렇게 그렇게 속앓이만 하면서 법륜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아냈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으니 다시 예전의 살가운 우리 딸로 돌아가겠거니 하고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큰 아이가 친구들과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준비에 있어서도 엄마인 나나는 해줄게 없었다. '무엇무엇 챙겨가'라고 말해 주려다가 마른침을 삼킬 뿐이었다.
그러다 큰맘 먹고
"엄마가 태워다 줄까?"
했다가 바로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 (가만히나 있을걸).
여행 떠나는 날 현관 밖으로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까지 고민을 하며 던진 말
"호주에 도착하면 사진이라도
많이 보내줘
엄마도
호주 구경 좀 하자"
아주 모냥 빠지는 말을 던지고 아이를 보냈다.
예상대로 아이는 도착 문자와 공항에서 케리어 사진만 보내고 현지 사진은 보내지 않았다. '즐겁게 잘 보내고 있어서 그렇겠지 ~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없겠지~~ '애써 서운한 마음을 다 잡았다.
이틀 후 카톡으로 '사진 좀 보내봐' 하니 두어 장 보내줬다.
에잇 되써되써!안 해 안 해!
그만하자 책글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