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주부 일상
이웃 블로그 글에서 본인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주말에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혼자 커피숍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나도 그 글에 공감을 남겼다.
둘째 중딩이 마저도 이제는 주말에 학원을 두 과목이나 간다. 주말엔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야 하는 게 룰인 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말에도 학원을 가게 되면서 우리 가족의 주말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첫아이 때는 얼른 학원을 데려다주고 와서 둘째를 챙겼어야 했는데 이제는 첫째는 다 컸고 둘째만 챙기면 돼서 많이 한가로워졌다.
찾아오는 여유로움에 오십이라는 나이가 인생의 전환기라고 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도서관을 가든 커피숍을 가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평일보다 주말에 갖는 혼자만의 시간은 왜 더 좋은지... 집에 있는 다 큰 어른이들을 모른척해도 되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ㅎㅎ
내가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걸 알게 된 동네 엄마가 말을 걸어온다.
언니 오늘도 혼자면 나랑
산책하고 커피 타임 해요
나도 종일 혼자예요
우리 둘째랑 동갑내기 딸은 둔 이 엄마도 아이가 주말에도 학원을 가게 되니 주말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일요일에 비가 오고 기온이 다시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으니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기로 하고 걸었다.
걸으면서 하는 우리의 대화는 끝이 없다. 아이로 만났지만 우리의 대화의 폭은 정말 다양하고 넓다. 오랜 시간 만나와서 서로의 환경이나 사정을 잘 알아서 일 수도 있겠고, 아무튼 참 말이 잘 통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어떤 대회를 나눴기에 우리는 이리도 쉬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었나?
부모님 이야기
죽음 이야기
보험이야기
남편 이야기
건강이야기
운동 이야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이야기
아이들 진로 이야기
고등학교 진학 이야기
대학과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
학원 선택 이야기
고등 대비 공부 이야기
등등등
정말 끝이 없는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도 즐겁게 나누었다. 속이 다 후련할 정도로 ...
주말에 혼자 도서관에 있을 때도 좋지만 이렇게 또 수다의 타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