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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기 정말 힘들다. 3화

by 글로다시

역시나 아이는 학교를 갈 생각을 하거나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안 쉬어진다고 했다.

이런저런 검사에서 모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증상은 남아있다.


이제 남은 건 마음의 병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인 게 맞나 보다.

나는 아이의 학원을 모두 끊고 시험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 어떤 것보다 너의 건강이 우선이라며.


시에서 하는 상담 센터 여기저기에 전화를 해봤다. 상담센터 한 곳에서 요 며칠간 응급실 다녀온 이야기와 대학병원에서의 검사결과 이상이 없다고 했다는 내용을 듣더니 상담센터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보라고 추천했다. 나는 그 말에 절망했다.


나의 기억 속의 정신건강의학과는 쉽게 말해 정신과는 이렇다. 정말 이상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과 정신과를 다녀왔다는 것에 낙인이 찍혀 버리는 세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기에 정신과는 가고 싶지 않았다.


시에서 하는 다른 상담센터에 전화를 하니 당장 연결은 어렵고 3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이곳저곳 전화를 돌려보니 당장 우리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당장 급하니 어쩔 수 없이 정. 신. 건. 강. 의. 학. 과를 찾았다. 제일 빨리 예약이 가능한 곳으로 예약을 하고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


아이 먼저 들어가서 한참을 상담하고 나중에 보호자인 나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왈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죽음까지 생각을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한다. 나는 너무 놀라 눈물이 쏟아졌다. 그 정도인 줄 몰랐다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의사 선생님도 걸어 들어오는 외관으로는 자기도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고 한다. 학교생활이 힘들 수도 있다는 진단서와 약을 받고 나왔다.


엄마가 울면서 나오니 아이가 놀라며 왜 우느냐고 한다. 나는 말없이 약을 받고 아이와 함께 차에 올랐다. 운전을 해야 하니 정신을 가다듬으며 아이에게 그렇게 힘들었냐고 물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큼 힘들었냐고... ㅠ




아이는 "그 정도는 아닌데? 설문지에 있길래 한 번쯤은 생각해 봐서 그런 건데? 울고 그럴 정도 아니야 ~~ 선생님이 오버해서 말했나 봐 ~"



뭐지? ~~~




병원을 다녀와서 인지 학원을 모두 끊어서 인지 아이는 잠만 잤다. 간간히 내가 심장이 뛰냐고 물었고 전만큼 숨이 안 쉬어질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받아온 약은 안 먹어도 될 것 같다고...


다행인 것 같으면서도 지난 시간의 소동들 대비 금방 괜찮아진 게 신기하기도 했다. 정말 학업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었나 싶기도 하면서...


그렇담 기력 보충이라도 할 겸 한의원을 가자고 했다. 한의원샘이 맥을 짚더니 단박에 말한다.


"약간의 공황기가 있는데?"


우리 둘은 눈이 동그래져서 며칠새 일어난 일들을 말씀드렸다. 한의사 선생님도 역시나 건강이 우선인데 왜 그렇게 잠을 줄이며 카페인까지 넣어가며 공부를 했냐고 묻는다.


누구나 다 똑같이 공부를 잘할 수 없는 거라고 너는 너에게 맞춰서 가야 한다고...


선생님은 지금 심한 정도는 아니고 본인도 그런 증상이 있었다며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준다. 정신과에서 준 약을 안 먹고 괜찮아진다면 안 먹어도 된다고 했다.


한의사 선생님의 말에 나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은 '너희 엄마 갱년기라며' 웃으신다.

학원 모두 끊고 학교도 쉬고 있다고 하니 최고의 조치를 해준 엄마라고 칭찬해 준다.


둘째라고 공부하라고 시킨 적도 없는데 왜 그리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한의사선생님이 아이 기질이 그렇다고 한다. 스스로 엄격하게 하는 기질이란다.


그렇게 한시름 놓으며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 모든 상황이 그저 감사하다.

신체에 큰 병이 없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했고, 공황의 증세도 심한 건 아니라니 감사했다.

한의원샘과의 대화가 좋았는지 아이는 한 층 밝아졌다.






하지만.... 다가온 기말고사는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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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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