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말고사를 안 보기로 했다.
기말대비 시험공부를 하다가 발병을 했기에 공부도 안되어 있고, 아이는 시험 생각만 해도 또 두근두근하고 숨이 안 쉬어진다고 한다.
결국 담임선생님도 안 보는 쪽으로 하자고 하셨다. 기말고사를 안 봤을 때의 점수 계산법과 필요 서류등을 알려 주셨다.
이 소식을 듣고 과목 선생님들도 우리 아이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주셨다고 한다. 아이는 감사하다며 감동을 한다.
다행히 이 녀석이 지난번 중간고사 성적도 좋고, 수행평가도 다 잘 봐둔 터라 선생님도 다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둘째 녀석 기특하다. 엄마는 신경도 못써 주는데 언제 이렇게 열심히 했단 말인가?
(지금 연재하고 있는 나의 브런치 북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첫째 딸을 어릴 적부터 남 보란 듯이 키우겠다고 열성을 떨어서 입시를 망쳐놓은 어리석은 엄마다. )
그러다 보니 여섯 살 터울의 동생 딸 2호에게는 학습스트레스는 전혀 주지 않았다. 그저 학교만 다녀와도 귀여운 막내일 뿐이다.
원래 아이가 순한 모범생 스타일이라 과제는 충실히 해가서 늘 칭찬을 듣는 아이였다. 그런데 아이 스스로 너무 열심히 한다. 특히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는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모습이 그저 기특했다. 문제는 중3이 되고 기말고사 과목이 7과목이 늘어난다는 데서 긴장을 한 것 같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학원 숙제들과 시험범위에 애가 잠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잠이 오니 애가 눈물을 흘렸다. 친구들이 카페인 음료를 먹는다고 먹으려고 하기에 그건 말렸다. 그랬더니 커피가 섞인 음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숨이 안 쉬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1화부터 3화까지 연재한 글의 소동이 벌어지고 결국 기말고사를 포기했다.
기말고사 전부터 병원을 다니느라 거의 조퇴와 결석을 했고, 기말고사기간에는 집에 있었다.
아이 마음이 편해지는지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도 최대한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편하게 해주는 것은 늦게 자도록 두는 것,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게 하는 것, 티브이나 영화를 보게 두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면서 이 엄마는 슬슬 발동이 걸린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 공부고 뭐고 다 필요 없다 건강만 하자라고 울고 불고 하던 걸 벌써 잊었나 보다.
아이가 좀 괜찮아 보이니 바로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놀랐다. 이런 엄마를 어찌해야 하나...
시험이 끝나고 아이는 정상 등교를 해야 한다. 가족 모두 긴장이 된다. 또 증상이 나오면 어쩌지? 참아야 하나? 바로 조퇴를 해야 하나?
한의원에서 받은 안정제를 챙겨 들고 아이는 등교를 했다. 아이를 보내고 혹시 학교에서 전화가 오나 싶어 전화기를 흘끔 거리며 집안일을 했다.
역시나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아이가 힘들어해서 조퇴를 시키겠다고...
집에 온 아이는 긴장이 풀리는지 또 잠만 잔다.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었으면 저럴까? 안쓰럽다.
그러다가 또 생각한다.
양가감정 그 어디를 왔다 갔다 하는 나를 나도 모르겠다.
엄마 하기 정말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