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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게 흔들리는 행복

엄마도 처음이니까

by 글로다시




평소에는 늘 '내 주제에 이만하면 과분하지'라며


가진 것에 고마워하다가도 어느 날 불쑥 내가 더 가질 수 있는데


억울하게 놓친 것 같아서 앙앙불락할 때가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이 눈에 들어올 때다.


그럴 때면 내가 가진 것은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크게 보인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 나의 행복은 사라져 버린다.


행복은 바깥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 있다는


간단명료한 진리를 잊는 순간이다.


오십이 된 너에게 박혜란 지음







돌이켜 보면 남과의 비교로 내 행복이 좌지 우지 되어왔던 시간들이 꽤 있다.

남과의 비교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를 낳고부터 시작되었던 같다.

결혼 전에는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주말에 놀고 하느라 나에게만 집중되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고, 결혼 후 둘만 살 때도 누구와 비교할 대상도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첫아이를 낳고 조리원부터 시작된 새로운 모임들이 나의 비교의 시작점인 거 같다. 조리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수많은 새로운 모임과 인맥이 형성되면서부터 나는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것 같다.


각자의 삶의 방식들도 너무도 다양했고, 가치관도 다양하고, 식성도 다양하고, 부부 사이도, 생활수준도 다양하고, 아이 교육방식도 다양하고...


지금 생각하니 갑자기 넓어져 버린 나의 시야를 내가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었던 같다. 그렇게 다양한 시야 속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리저리 비교하고, 따라 하고, 실망하고 했던 어리석었던 내가 보인다.


그런 혼돈 속에서 큰 아이를 키웠으니 아이는 얼마나 정신없었을까? 엄마가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데 어린아이가 하루하루 버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렇게 늘어난 인맥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큰아이를 데리고 소문에 좋은 곳이란 교육기관 이곳저곳을 들락날락했던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그러면서 이웃 아이들, 동네 친구들과 비교를 해댔던 엄마의 무지함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금은 22살이 된 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드는 요즘이다.

지난 22년간의 엄마의 잘못을 어떻게 해야 용서가 될는지...


시간을 되돌려 다시 잘 살아보고 싶다던 지난 포스팅은 사실 우리 아이의 인생을 되돌리고 싶은 나의 마음의 표현이었다.

우리 큰아이의 22년을 다시 되돌리고 싶다.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자랄 수 있도록 되돌려 주고 싶다.




평소에는 늘


'내 주제에 이만하면 과분하지'라며


가진 것에 고마워하다가도


어느 날 불쑥


내가 더 가질 수 있는데


억울하게 놓친 것 같아서


앙앙불락할 때가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이 눈에 들어올 때다.


그럴 때면 내가


가진 것은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크게 보인다.




오십이 된 너에게 박혜란




이제야 내가 가진 과분함을 모르고 살았다고 후회한다.


아이에 대한 욕심도 버리고 살았다면 아이도 나도 많이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도 든다.


이제부터는 남이 가진 것이 눈에 보여 부러운 마음이 들려고 할 때마다 내가 가진 것에 집중을 하려 한다.


남이 가진 것이 크게 보이려 할 때면 내가 가진 큰 것도 있음을 기억하고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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