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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문턱에서, 나에게 쓰는 작은 마음일기

일기를 써보자

by 글로다시


올해 나는 참 많은 일을 했다. 내가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낼 줄 스스로도 몰랐다.
50대가 되면 삶이 단단해지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줄만 알았는데 막상 앞에 서보니 오히려 새로운 문이 계속 열리고, 또 닫히고, 다시 열리는 시기였다.



코로나 시국엔 자기계발 세계에 들어가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가계부를 쓰기도했다. 그 때의 힘이 바탕이 되어 50이 된 올 한해도 나름 보람있게 살아냈다.


하지만 한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에서 또 가슴이 답답해 지기 시작한다.

20대처럼 시간이 무한하지도 않고, 30대처럼 무작정 도전할 여유도 없다. 40대에는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라고 생각했는데, 50대 앞에 서니 시간이 보인다. 남은 시간이 눈에 보인다는 게 이렇게 무겁고도 절실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줄 몰랐다.

가끔은 불안했다. 앞으로 닥쳐올 일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바라는 인생을 이제라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늦은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스칠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게 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계산을 해본다. 앞으로 30년, 아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은 20년? 15년?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런데 또 어떤 날은 마치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희한하게 마음이 다시 힘을 낸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이라서, 50대라서, 오히려 더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20대의 패기는 없지만, 30대의 조급함도 없다. 40대의 방황을 지나온 지금, 나는 적어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안다. 그게 얼마나 큰 자산인지 이제는 안다.

올해 나는 정말 많이 움직였고, 많이 고민했고, 많이 배우려고 했다. 그건 어쩌면 내 인생의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된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 챕터가 '살아내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챕터는 '살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해야만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즐겁다. 내가 스스로 배우고 싶어서, 내가 원해서 하는 활동들이다 보니 즐겁다. 책을 읽으러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볍다.


앞으로 어떤 일이 올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의 나를 믿어보기로 한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다시 배우고, 다시 나답게 살아가는 길을 찾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들보다 늦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다.

50대의 나는 생각보다 강했고, 생각보다 여리고, 생각보다 더 멀리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올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은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잃지 않는 한,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서, 50대라서, 오히려 더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의 이 마음을 작은 일기처럼 이렇게 남겨둔다. 언젠가 지금의 내가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그날,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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