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보자
50이라는 숫자를 마주할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든다. 세상은 이제 쉬어가도 된다고, 속도를 늦춰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만 더 배우고 싶어지는 걸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심장이 뛴다. 새로운 분야를 알아갈 때 느껴지는 그 설렘이, 20대 때보다 지금이 더 강렬하다. 이상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이 줄어든다고들 하는데, 나는 오히려 세상이 더 궁금해진다.
"지금 이 나이에 이래도 되나?"
가끔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괜한 욕심은 아닐까, 이미 늦은 건 아닐까, 나잇값을 못하는 건 아닐까.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안정을 택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여전히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어릴 땐 공부가 하기 싫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짊어지고 가야 하는 책임이 크다. 어린 시절에 내가 본 것은 그 어른들의 힘든 삶은 안보였고 공부 안 하고 자유로운 모습만 봤던 것이다.
어릴 땐 의무였고, 하기 싫기만 했던 공부가 이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금의 공부는 나를 지켜주는 힘이다. 살아온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단단함 위에서,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장치 같은 것.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지가 불안하기도 하기도 하다.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아직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라고. 하지만 나는 공부가 점점 하고 싶어진다. 신기한 일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커다란 배움으로 자랄 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조급하지 않게,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배움을 선택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다짐해 본다.
이 마음, 이래도 되는 게 아니라 이래서 더 좋은 거라고.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50이라는 숫자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고.
배움 앞에서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는 것. 그리고 나의 마음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