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보내며

성탄절, 송구영신

by 대나무 숲

겉으로 보이는 일상은 변화가 없다

2026년이 되었지만 달력이 바뀌고 날씨가 더 추워진 것 말고는

우리 식구, 가족의 일상은 느리게 흐르는 개울가 얕은 물 같다

12월이 되자 거리도 반짝이고, TV에서도 연말연시라며 흥을 돋운다

성탄예배는 집에서 유튜브로 드렸다

아이들 예배와 함께 드리는 활기찬 소란스러움이 부담되어서

집에서 드렸다

12월 31일 11시에 드리는 送舊迎新 예배는 온 가족이 모여 드리기로

예전부터 정해놨기에 , 아들 내외는 10시 반쯤 교회로 왔다

다섯 식구가 나란히 앉기 부족해 남편은 저만치 앞에 앉아 드리고

2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긴 예배시간으로 꽈배기들이 속출했다

며느리는 결혼 전 잠깐 교회를 나갔다지만 送舊迎新 예배는 처음이라

몸이 비틀렸을 것이고, 무늬만 기독교인인 아들과 간단함을 부르짖는 남편

우리 집에서만 꽈배기 3명 발생 ㅎㅎㅎㅎㅎ

1시가 다 되어서 끝난 예배와, 급강하한 날씨 탓에 교회 주차장에서

아들에게 줄 반찬 몇 가지를 주고 , 아들도 크리스마스 문구가 새겨진 케이크와

남편 드시라며 일본 소주 한 병을 주었다

짧게 인사 나누고 각자 집으로

그렇게 26년, 병오년 붉은말해가 왔다

별다른 변화 없이 1월이 시작되었고

나, 남편, 딸아이 셋이서 보내는 하루는 大同小異하다

주로 새벽 근무가 많은 딸애의 새벽 4시 출근을 보고 나면

(삶은 달걀 2개와 텀블러에 보리차 담고 뒷머리 드라이로 만져주기)

그때부터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제대로 잔다

아침 7~8시쯤, 남편이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서 자는 나를 깨워

방으로 들어 가 자라고 한다

비몽사몽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안방 침대로 들어 가 나머지 아침잠을 즐긴다

10~11시쯤 조금은 미안한 미소?를 띠며 방에서 나오며 먼저 묻는다

신문을 보던 남편이 일어났어? 한다

응 밥 뭐 먹을까? 조금 미안해서 아, 점 메뉴를 물어본다

아무거나 편한 걸로 먹자 한다

떡국이거나, 가락국수 아니면 전 날 저녁 먹고 남은 국이나 찌개에 계란 프라이 하나

더해서 조촐하게 먹고 나면 남편이 내려 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러면 하루의 반이 지나갔다

딱히 할 것이 없다

뚜렷한 취미도 없고, 챙겨야 할 일가친척도 없고 돌볼 손자도 없는 우리 부부는

별 대화 없이 각자의 일상을 보낸다

청소기를 돌리거나, 세탁기를 돌리던지, 건조대에 널어놓은 수건이나 양말을

접고 개거나 보리차를 끓이던지

3시 무렵 딸아이가 퇴근하면 잠시 대화가 있다

가볍게 씻고 딸아이는 부족한 잠을 채우려 방으로 들어가고

남편도 신문과 게임용 패드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면 다시 집안은

물속에 잠긴 것처럼 조용하다

예전처럼 걸려오는 전화도 없고 나 역시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눌 친구나 지인이

별로 없다

애꿎은 TV리모컨 만 돌리다 냉장고 야채칸을 살펴보고 동네 마트로 간다

왕복 3,000 보나 되기에 차 없이 운동삼아 다닌다

잡곡을 먼저 씻어 불려 놓고 , 쌀은 30분쯤 뒤에 씻어 쌀과 잡곡의 익힘 정도를 맞춘다

조각 다시마 2장, 올리브유 한 스푼을 넣어 밥물을 맞추고 취사 버튼을 눌러 밥을 하고

어제 메뉴와 겹치지 않는 재료를 골라 반찬을 만든다

마트에서 민물장어를 팔기에 기웃거리니 담당 직원이 반기며 두 마리 짜린

잘 안나 오는데 들여 가시라고 권한다

장어집에 가서 먹으면 10만 원을 넘기기에 굽기가 어려워도 크기를 보고 가져왔다

생강을 채치고 시판용 쌈무와 초생강까지 곁들여 놓고 프라이 팬에 올려 한번 굽고

식탁을 차린 후 휴대용 버너를 놓고 다시 소스를 발라 구워 먹으니 별미다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남아 초벌구이 후 냉장고에 넣어 두며 아들 생각이 났다

구워 주면 잘 먹었을 텐데....


무탈하게 새해가 지나간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큰 복은 아니어도 하루가 평안함이 큰 은혜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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