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씨의 요즈음

외로이 떠난 순자 씨를 기리며

by 대나무 숲

요즈음 순자 씨는 비로소 살 만하다고 느낀다

숨 쉴 때마다 들이쉬는 공기마저도 달큼하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아주 작은 느낌이지만 이만하면 행복한 거 아닌가 하며 스스로에게 반문하기도 하며

지난 20여 년의 세월을 회상해 보기도 했다

신축 아파트는 아니어도 딸이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 작은 빌라를 장만했으니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도 싶었다. 애썼다고, 이제 숨 좀 돌리며 살자고

40대 중반,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이혼을 했다

사랑으로 결혼해서 사랑으로 사는 커플이 얼마 되겠냐마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는 더 참고 살기는 힘들었기에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는 있을지언정, 겉으로 엄마 없이 지내는 티는 안 날만큼 자랐기에 이혼을 했다.

배움이 짧고, 아무 기술 없는 40대 중반의 홀로 선 여자에게 마땅한 일자리는 없었다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식당 내 주방일

주방이모로 불리며 월세방을 전전하며 두고 온 아이 둘을 생각하며 악착같이 일했다.

20여 년 동안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오직 돈 모으는 것만 목표를 했다.

20여 년 동안 크게 아픈 데는 없었지만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육체의 아픔보다

정신적인 허기, 외로움이 더 컸을 듯

그 사이 아들이 결혼할 때 작은 평수나마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상당 부분을 감당해 주었고

새로 태어 난 아들, 딸의 손주들 용돈주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즈음 육십이 넘은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경도 인지장애라고 진단받은 병이었다

고혈압도, 당뇨도 없는 그녀이지만 우울증과 경도 인지 장애는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런 그녀를 결혼한 지 10년이 지난 딸이 본인이 사는 아파트 옆으로 이사 오라 권해서

빌라지만 본인 명의의 집도 사고 소소한 살림도 장만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행복해했단다.

워킹맘으로 바쁘게 사는 딸의 살림도 슬며시 도와 주리라 마음먹으며

이른 아침 출근하는 딸을 대신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들의 등교도 도와주며

잠깐이나마 평범한 일상의 행복도 느껴 보고.......

이사 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딸이 전화를 걸어 저녁 겸

치킨 시켜 먹으려 하는데 엄마도 오셔서 한쪽 드시라는 말에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 식당에 늦지 않기 위해 그녀는 사양하고 딸의 전화를 끊었단다

수, 목, 금, 토

초등생 둘을 키우며 시집 가까이 사는 딸은 유난히 바쁜 주였단다.

남편 생일, 시집제사, 아이들 학원 픽업등

가까이 이사 온 엄마가 까맣게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바쁜 일상이었다.

일요일이 되어서야 생각 난 엄마에게 톡을 하니 읽지 않으셨고, 전화를 하니 받지 않으셨다

(딸은 9~6의 정시 출퇴근이 아닌 간호사들처럼 스케줄 근무였다)

왠지 느낌이 안 좋아서 이른 출근 후 퇴근하며 먼저 엄마집으로 향했는데 비번을 누르고 문을 여니

걸쇠가 걸려 있더란다.

빼꼼 열린 문 사이로 싱크대가 보이는데 싱크대 위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보이더란다.

음식물 쓰레기를 놓고 지낼 분이 아니기에 불안한 마음은 더 커졌고, 이와 동시에 맡아지는

처음 맡는 냄새

이사 한 지 열흘 남짓, 냄새가 날리 없는 새집에서의 처음 맡는 냄새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경찰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곧 도착한 경찰들

문을 강제 개방하고 들어 간 집에서 경찰들의 제지로 방 까지는 가지 못했고 방을 들여다본 경찰은

자녀분은 안 보시는 게 좋겠다며 만류하고....

방에는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고

이후의 일들은 부패가 시작된 고인의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모시고 경찰은 타살 혐의는 없으나

부검을 해야 한다 해서 국과수에 부검의뢰를 하고, 그사이 조문객들을 맞으며 울고

그러다 오랜만의 지인을 만나면 웃기도 하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그런 상태다

여기까지가 딸인 A 씨의 울음 끝에 전한 부고의 내용이다.


도무지 알 수없다

그녀는 힘들게, 성실히,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주어진 삶의 시간을 채웠을 터인데

왜 마지막 죽음이 이토록 허무하고 잔인한가.

모두에게 주어 진 평범하고 소소한 기쁨도 그녀에겐 이토록 짧게 끝나야 하는 것인지

남아있는 자녀들의 마음이, 힘든 그녀의 삶을 가까이서 보아왔을 형제들에게

위로조차 할 수 없는 이 아프고 힘든 상황들이 너무 오래 남지 않길 바랄 뿐이다.


ps: 순자 씨는 고인의 본명은 아니시다.

혹여 남은 가족에게 누가 될까 가명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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