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이야 건드리지 마!

저항극이 펼쳐지다

by Yunna

병원에서는 종종 인질극이 발생한다.

한 명의 환자가 총도, 칼도 없이 누구도 저항하지 못하게 인질극을 펼친다.

자신의 몸을 인질로 삼아서.


"내 몸이야. 건드리지 마! 확 퇴원해 버릴까!"


자주 듣는 말이다.

"안 해주면 퇴원할 거예요"

"들어줄 때까지 약 거부할 거예요"

"일단 거부합니다"

"넘어져버릴 거예요"


스스로를 인질로 묶어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볼 때 답답하지만

정말 혹시 낙상해서 벌어질 나의 미래를 생각하면

영화에서 은행강도를 진정시키려는 현장 책임자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우선 우리 누워볼까?"

"네네 알고 있어요. 우선 좀 진정해 봐요."


눈앞에 있는 어린 녀석의 말을 듣기보다

수 십 년의 경험으로 쌓은 나만의 의료지식 데이터가

할아버지에겐 더 믿음직한 모양이다.


"나 정말이지 똑똑한 사람이야?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

"아직 걷지 말라고? 걷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 퇴원하지!"

"보조기 돈 못줘! 우선 사용을 해 보고 나한테 맞아야 돈을 낼 거 아냐!"

"여기 지금까지 입원비가 얼마라고? 내가 계산을 좀 해봐야겠어!"


우선 좀 안정을 취한 후 걷기 연습을 해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말보다

스스로 퇴원 후 미래까지 생각하며 몸은 단련시키려는 할아버지의 꿋꿋함은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결국 인질극은 할아버지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제발 넘어지지만 않기를 두려운 눈빛으로 간절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실제로 입원일부터 지금까지 통합병동 하루 입원비를

정확히 모두 계산하는 정말 똑똑한 할아버지였다.

하나씩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없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90이 넘는 노인이 울창한 기운을 내세우며 큰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그 정정한 기운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숫자가 생일에 새겨진 우리 할아버지.

결국 낙상 한 번 없이 홀로 걸어서 퇴원하셨다.

할아버지가 맞았다.

인질극이 드디어 끝났다.

그리고 난 그다음 주 인생극장을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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