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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Mar 21. 2023

캔버라에서 본 엇갈린 눈빛

유채색과 무채색의 브런치


도무지 알 수 없는 끌림
단순히 작품의 크기에 압도되어서 만은 아니었다. 호주국립미술관에서 만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Blue Poles(1952)는 캔버라의 첫인상을 강렬한 유채색의 도시로 가슴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어찌 보면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이 마주한 작품에서 감각적으로 끌림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경우이다. 그것도 난해하기 그지없는 추상화 작품에서…


작가의 프로필에서부터 여덟 개의 검푸른 기둥이 어떤 의미로 해석된 상징코드인지, 작품이 가진 미술사적 가치가 어떤 것인지 등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어떠한 정보도 없이, 단지 흩뿌려져 얽히고설킨 헝클어짐 속에서 색이 가진 순수한 의미만으로 한참 동안을 작품 앞에 머물게 했던 색채에 대한 나의 감성은 무채색의 과거를 딛고 일어선 유채색 마음인 것 같았다. 





유채색 눈빛

얼굴 표정에 색이 있다면 캔버라에서 만난 그는 마치 미국영화배우 잭 블랙(Jack Black)같이 유쾌하고 다양한 유채색 표정을 갖고 있었다. 이면 도로 가장자리 퍼걸러(Pergola) 벤치에서 부인과 함께 아침이라기엔 너무 늦고 점심보다는 조금 이른, 브런치를 즐기고 있던 그는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괘념치 않음을 보여 주듯 그에게 집중하는 까만색 반려견에게 엷은 미소를 띤 채 유채색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즈음에서 불현듯 드는 궁금증


내 얼굴에 드러나는 나의 표정은 어느 정도의 채도를 가지고 있을까?

 




무채색 눈빛

무거운 낯빛, 2월 캔버라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 두 손에 꼭 쥔 스낵이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오늘하루 섭취하는 곡기의 전부일 것 같은 느낌. 


그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잠깐의 머뭇거림이 있었고 시야를 좁혀 눈앞을 채우는 장면은 바야흐로 흑백시대로 곧장 돌아간 듯하였다.


그를 저토록 고립시킨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박제된 이 순간이 지나면 무채색의 흑백시대도 자연스럽게 끝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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