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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Mar 14. 2024

기억-내 안의 호메오스타시스

꿈꾸는 자에게 보내는 편지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는 생체의 항상성 유지기능을 뜻한다고 한다. 즉 생명체는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내부의 생명유지 환경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끝없이 변화하는 삶의 환경 속 내 안에서 나의 생명성과 감각적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한 호메오스타시스인 것 같다.





꿈꾸는 자에게 보내는 편지


어쩌면 당신은 내 기억의 허상인지 모릅니다.
기억을 되돌려, 
존재했지만 지금은 부재한, 친구였던 그날의 그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그런데, 스무 살 그 사람의 모습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기억의 창을 열기 위해 가만히 눈을 감아 봅니다.


음성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향기가 떠오릅니다.  담백하고 투박한 어투, 낯설지 않은 기억 깊은 속 잠상으로 남은 체취…

그런데,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친구의 냄새가 나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기억의 무의식적 깨침에 의해 친구의 조그마한 손, 그 손의 따뜻한 온기를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하지만 친구의 허상을 보았습니다. 

그 허상은 꿈이라는 현실적 상황으로 발현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덧없이 흘러 계절이 변해 갈 때, 생활환경 속에서 감정의 기복이 생길 때,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들면 행복했던 순간을 소환해 꿈을 꾸게 됩니다. 내 안의 호메오스타시스 유지를 위해 기억을 소환해서 꿈을 꾸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허상인 그와 꿈꾸는 나에게 기억의 소중함을 깨우치길 소망하는 편지를 씁니다.

지금은,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을 상기하여, 
내가 나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 바로”기억”이라는 것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매일 아침 모든 기억들이 사라지고 리셋된다면 나는 사라지게 된다는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내용의 영화가 생각나는 깊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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