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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Dec 30. 2023

외로움의 순간은 바람처럼 다가온다.


외로움의 순간은 바람처럼 다가온다.


지난밤은,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심한 가위눌림에 시달렸다. 온몸이 굳어버려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온 신경을 집중해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희미하게 보이는 천정 벽지에 초점을 맞춘다. 호흡을 가다듬는 잔기침 소리가 어둠에 싸인 텅 빈 공간에 울려 퍼졌다.


며칠 전에 받았던 친구의 전화가 자꾸 마음에 쓰인다.
 “ 나 서울 간다.”
 “ 뭔 일 있는가?”
 “ 대장암이란다. 큰 병원에 가 보려고…”
 “ … ”


어느새, 
내 몸 하나 지키기에도 벅찬 나이가 되었는가?
위로해 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관계로 이루어진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혼자임을 깨닫게 되는 공허함과 외로움의 순간은 바람처럼 다가오는가 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하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논리명제가 복잡한 머릿속을 겉돌고
외로움, 행복, 이별, 사랑, 미움, 결핍 등 말할 수도 명료하게 정의 내릴 수도 없는 수많은 추상명사가 마음에 쓰인 날이 잦았음에도
세월의 흐름에 묻어 생각 없이 지내는 사이 외로움의 순간은 바람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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