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의 클래식 일기 12
향기는 공간을 채우고 시간이 그 향기에 물든다.
이제 '시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사색할 수 있다.
그날이 돌아오면 당연히 일찍 귀가한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가급적 일찍 재운다. 아, 그뿐만 아니다. 아내도 일찍 재운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온다. 이제 오디오가 있는 작은 방으로 혼자 들어간다. 문을 잠그고 전화선을 뽑고 휴대전화기도 끈다. 그리고 불도 끈다.
의자에 좌정하고 앉아 오디오를 켜고 플레이어에 레코드 판을 올려놓는다. 조심스럽게, 드디어 스위치를 넣는다. 이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어서는 안 된다. 단숨에 다 들어야 한다. 온몸의 감각을 모두 곧추세운 채, 건반악기의 한 음 한 음을 명철하게 따라간다.
우아하고 영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