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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조 Dec 04. 2021

가사 없는 노래 _ 펠릭스 멘델스존 <무언가>

 초보자의 클래식 일기 16

가을이 오면 곧 겨울이 닥치고 추워진다는 것엄연하다. 그런데 이 엄연한 사실이 내게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져오기도 다. 추위를 너무 많이 타서 기나긴 겨울나기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은 겨울을 기대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실 추위만 견딜 수 있다면 겨울은 매력적인 계절이다.  특히 오롯이 집중하며 음악듣기에는 여름보다 겨울이 훨씬 더 좋다. 우선  창문을 열어놓지 않으밖에서 들어오는 소음이 적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소리도 없어 다. 그리고 헤드폰을 쓰고 산책해도 땀이 차지 않고 오히려 추위를 막아주는 귀마개 역할까지 하니 일석이조다.


그래서 겨울, , 고요는 어떤 일에 차분히 집중하거나 또는 하릴없이 게으름 부리기에도 좋은 조건이다. 거기에 잔잔한 음악이 있으면 충분조건이 된다. 멘델스존의 <무언가>라면 더할 나위 없다.


<무언가> 無言歌 songs without words는 '가사가 없는 노래'다. 노래에서는 '가사'가 의미를 전달하고 '선율'이 감정을 표현하지만 <무언가>는 피아노 '선율'이 의미와 감정을 모두 나타낸다. 즉 피아노 독주곡이다.


사실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은 '무언(無言)'이다. 가사가 없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고 즐기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팝송이나 랩 등에도 가사는 있지만 그 내용을 다 이해하고 듣는 건 아니다. 리듬이나 선율이 마음에 들면 가사 내용을 몰라도 충분히 즐기고 감동할 수 있다. 원래 음악이 그런 것 아닌가?


말(언어)은 분명 상상을 자극하며 표현을 풍성하게 하고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오히려 말이 본질을 흐리거나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말(言)이 다(all)는 아니다. 예술이 그 일을 맡아한다.  


멘델스존 <무언가>는 피아노 선율만으로 풍경이나 감정을 말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https://youtu.be/T2EoCo-Lm2c

<Spring song 봄노래>  <무언가> 중 가장 인기 있는 곡으로 멘델스존이 영국 템스 강 남쪽의 자연 속에서 한적하게 보낸 삶의 기운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펠릭스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독일 1809~1847)은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매우 부유한 유대인 은행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하이든이 77세로 죽은 해가 1809년이니 멘델스존은 하이든과 바통 터치하며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당시부터도 유대인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듯하다. 아버지가 모든 가족을 유대교에서 개신교로 개종시킨 것이다. 그 바람에 그러잖아도 길었던 그의 이름은 더 길어졌다. 멘델스존의 풀네임은 Jac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멘델스존이 개신교 세례를 받을 때 원래의 성 'Mendelssohn'에 'Bartholdy'라는 개신교 세례 성(姓)을 추가로 받게 되면서 '멘델스존'과 '바르톨디'라는 두 개의 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의 이름 'Felix'는 라틴어로 '행복', '행운'을 의미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름처럼 경제적 풍요 속에서 밝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집에 전속 오케스트라를 둘 정도였다니 요즘 말로 금수저 중에 금수저였던 것이다. 게다가 외모마저 수려한 꽃미남이었고 음악적 재능 또한 모차르트급 천재였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불행했던 음악가들과 균형을 맞추려 했던가? 아쉽게도 서른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경제적으로 시간상으로 풍요했던 그는 모차르트처럼 귀족의 집을 돌면서 돈벌이 연주를 할 필요도 없었고 베토벤처럼 가난과 병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그 시간에 그는 이탈리아를 포함해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했다. 그렇게 만든 곡들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서곡 <핑갈의 동굴> 등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빼놓을 수 없다.


멘델스존이 그린 드림들(출처_https://commons.wikimedia.org)


그는 1829년부터 1845년까지 17년 동안 무려 48개의 피아노 소품 <무언가>를 작곡했다. 마지막의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곡까지 하면 49곡이다. 곡들은 길어야 5분이고 대부분은 2~3분이다. 간결하지만 외로움이 깃든 듯 적막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멘델스존은 어떻게 <무언가>를 작곡하게 되었을까?

고전파와 낭만파의 다리를 놓은 베토벤(독일 1770~1827)의 뒤를 이은 낭만파 음악가들은 슈베르트(오스트리아 1797~1828), 멘델스존(독일 1809~1847), 슈만(독일 1810~1856), 쇼팽(폴란드 1810~1849)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낭만 음악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려한 화음으로 기쁨, 슬픔 등 개인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낭만주의의 본령은 '문학과 음악의 만남'이었고, 가곡이야말로 그런 음악적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르"(1)였다. 슈베르트는 유난히 많은 가곡을 작곡했다. 멘델스존은 이를 뒤집어 생각했다. 가사 없이 음악만으로도 풍경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무언가>의 탄생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음악은 몇 마디 말보다 우리 감정을 더 잘 표현해 준다._멘델스존



발터 기제킹 Walter Giseking(독일 1895~1956)이 48곡의 <무언가> 중 대표적인 17곡을 녹음했다. 정교하고 품격 있는 연주가 한 곡 한 곡 마음속에 스미어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는 명반이다.


품격있는 연주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는 발터 기제킹의 멘델스존 <무언가> CD


https://youtu.be/7BFGi80d91A

발터 기제킹의 <무언가> 연주

아래는 영상의 연주 순서이고, (  )는 해당 연주의 시작 시간이다.

1. No.1 Op.19-1 Sweet Remembrance 달콤한 추억_4:49(0:00~)
2. No.6 Op.19-6 Venetian Gondola Song I 베니스 곤돌라의 노래 I_2:35(4:50~)
3. No.12 Op.30-6 Venetian Gondola Song II 베니스 곤돌라의 노래 II_3:38(7:26~)
4. No.16 Op.38-4 Hope 젊은 날(희망)_2:40(11:05~)
5. No.18 Op.38-6 Duetto 2 중창_4:54(13:44~)
6. No.20 Op.53-2 The Fleecy Cloud 흰 구름_2:46(18:37~)
7. No.21 Op53-4 Agitation 감동_2:55(21:25~)
8. No.22 Op.53-4 Sadness of Soul 영혼의 비애_2:35(24:18~)
9. No.25 Op.62-1 May Breezes 5월의 미풍_2:17(26:52~)
10. No.29Op.62-5 Venetian Gondola Song III 베니스 곤돌라의 노래 III_2:55(29:10~)
11. No.30 Op.62-6 Spring Song 봄노래_2:50(32:05~)
12. No.33 Op.67-3 Song of the Pilgrim 순례의 노래_2:44(34:55~)
13. No.34 Op.67-4 Spinning Song(The Bee's Wedding) 물레 잣는 노래_1:53(37:40~)
14. No.40 Op.85-4 Elegy 비애_2:48(39:31~)
15. No.42 Op.85-6 Song of the Traveller 나그네의 노래_3:22(42:18~)
16. No.45 Op.102-3 Tarantelle 말타기(타란텔라)_1:28(45:40~)
17. No.47 in A Op.102-5 The Joyous Peasant (Kinderstuck) 즐거운 농부(어린이를 위한 소품)_1:20(47:08~)

고요 속 멘델스존 <무언가>는 우리를 행복(Felix)하게 다.



(1) 문학수 지음, 『더 클래식, 둘』p.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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