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데이트
봄이 되고 벚꽃을 구경하다 보면 각자만의 행복했던 추억이 떠오를 것 같다. 오늘 벚꽃이 펴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찰나의 시간에 과거가 떠올랐다. 대학교 때였다. 벚꽃은 중간고사의 꽃말이라고, 늘 시험기간에 폈었다. 대학생 때는 거의 벼락치기를 했지만, 벚꽃이 필 때가 정확히 벼락치기의 시기라 실컷 구경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공강이나 점심, 저녁시간에 잠깐 벚꽃을 구경하곤 했다. 그때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뛰는 순간을 찍기도 하고, 단독사진도 찍고, 단체사진도 찍고, 지나가는 동기를 만나면 붙잡아 같이 찍고 그랬다. 뭐가 그리 재밌던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사진들은 지금도 나의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돼 있다. 비록 대학을 졸업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벚꽃을 보면 항상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립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한, 뭐랄까 복잡 미묘하지만 기분 좋은 느낌이다.
3초도 안 되는 아주 찰나의 순간의 그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든 생각은, 봄은 또 온다는 것이다. 다시 또, 봄이 온다. 봄은 잊을 만하면 찾아온다. 우리나라의 계절이 4개니까, 반복해서 돌아온다. 생각보다 봄이 빨리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그런데 정말 봄이 또 온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며, 순식간에 지나가는 인생을 느끼고, 새로운 봄을 또 맞이한다. 그러나 다시 또 봄이 온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순 있어도, 실제로 영원히 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에 미래의 언젠가 죽음을 겪을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짧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내년의 봄을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삶의 경계에 있는 분들이다. 우울한 얘기를 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매번 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은 거다.
꽃들이 개화를 준비하고 있는 이 순간에 엄마와 하천 주변을 거닐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올해의 봄 역시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매 순간의 봄을 오로지 느끼고 소중하게 간직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벚꽃을 구경하는 곳과 함께 하는 사람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모든 사람들과 순간들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봄은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존재인 것 같다. 예쁜 풍경, 따뜻한 날씨, 곁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행복을 말이다. 올해의 봄은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도 벚꽃이 지기 전까지 실컷 구경하려고 한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봄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