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를 타다

by 최희숙

광주행 고속기차(KTX)를 탔다. 목적지는 광주에 있는 장례문화원이다. 서른 살 청년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 KTX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가버린 그의 영정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두고 오기 위해서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가슴이 먹먹했다. 출근하여 업무를 준비하며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려 할 때였다. 소식을 전달한 이도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듣는 나도, 직원들도 무슨 얘기냐며 수없이 확인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가 일하던 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의 작업대는 주말을 보내고 오기 위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빈자리가 주인을 잃고 휑하니 보는 이를 마음 아프게 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다시 와 일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만 같았다.
그의 동생으로부터 직원들에게 부고장이 전송되어 왔다. 발인이 내일이다. 그의 고향이 전라도 광주라는 것을 이제야 처음 알았다. 인천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모두 그에게 찾아가 마지막 가는 길 인사라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업무로 각자의 부서에서 마무리해야만 하는 일들로 바쁜 하루라 여의치 않다. 내가 임직원 모두의 마음을 담아 그와 제일 친한 직원과 함께 출발하게 되었다. 출근하기 위해 옷을 챙겨 입으며 검은색에 손이 갔던 이유가 있었나 보다.
직장에서 제일 어린 직원이었다. 그는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묵묵히 일했다. 현장의 시끄러운 소리도 있었지만,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였지만 주방가구 조립 분야에서 그의 실력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다.
얼마 전 그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권유했던 일이 있었다. 대부분 연배가 있는 분들이라 자진해서 코로나 백신을 3차까지 마친 상태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기는 했으나 같은 공간에서 누구 하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가족보다 더 긴 시간을 같이해야 하는 공동생활에서 꺼려지는 일이기는 했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백신을 맞고, 맞지 않고는 본인의 선택에 좇아가는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그냥 아무 제재 없이 넘어가기에는 그렇고, 누군가는 나서 얘기를 해야만 했다. 얘기를 듣는 그의 반응은 차가웠다. 코로나가 백신을 맞든 맞지 않든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은 마스크도 잘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점심도 혼자 먹고 있다, 무슨 이유로 백신을 맞으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얘기 듣는 게 싫다는 반응이었다. 맞다! 내 오지랖인가 보다. 그래도 걱정되니 한마디 한 것을 섭섭해하니, 내 마음에도 섭섭함이 생겼다. 어찌 되었든 그가 회사에 입사한 것은 나의 소개였다. 다섯 해 전이었다. 아들과 비슷한 나이에 어려서 회사에 잘 적응해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자신의 맡은 일을 잘해 오고 있었기에 대견해하고 있었다.
어느 해인가. 이사를 하고 집들이로 회사 직원들을 초대했다. 가끔 일 끝내고 술 한 잔에 피곤한 일과를 마무리하던 이들이다. 공통점은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 자리에 참석했었다. 장식장에서 보드카를 발견하고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며 좋아하던 얼굴이 떠오른다. 술 한 잔을 마실 때는 꽤나 가까운 사이라고 느꼈었다. 사람들은 끝나면 술 한 잔을 기울이며 피로를 풀곤 했다. 사실 일 하고 술까지 더하면 더 피곤하기는 하다. 그래도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은 그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소원해지기 시작했던 것은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만남이 없어지고, 자기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만 하면서 서로 고립이 되어가기 시작하고부터였다.
그의 죽음의 원인은 오토바이 사고였다. 연애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은 듯했다. 코로나 19는 젊은이들에게 연애마저 기회를 잃어버리게 했다. 데이트할 기회가 줄어들어 버렸으니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그의 취미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었다. 만남의 빈자리. 사람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취미도 어울림이 아닌 혼자 즐길 수 있는 낚시를 다녔다는 것. 그의 젊음은 속도감에서 오는 스릴을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코로나 19가 없었다면, 친구들과 만남의 시간이 많았다면, 회사 직원들과의 술자리라도 있었다면, 오늘 나는 KTX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KTX의 속도는 빠르다. 차창 풍경도 빠르게 지나간다. 죽음은 예고 없이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 그도 세상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완행열차처럼 인생의 여행을 천천히 하고 갈 것’이지, 아쉬운 마음이다. 문득 그의 가족들이 유품을 정리하며 얼마나 아파할까? 부모는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죽음을 쫓아가기엔 너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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