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사람의 최선을 다해 쓰는 건강일지: 인트로

라고 쓰고 궤변이라 읽는다

by 프리마

시작은 이렇게 된다. “난 건강한 사람이 아니다.”


최근 운동, 그러니까 흔히 헬스라고 부르는 각종 운동과 다이어트, 식단 조절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 건강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을 자는 정상적인 생활 패턴을 만들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불렛 저널과 다이어리를 쓰면서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이 되려 한다. 포기하지 않고 운동하기, 라는 소박하면서도 거창한 목표를 새해마다, 매월 초마다, 매주 월요일마다 세운다. 이를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모바일 앱도 정말 많다.


그런데 모두가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바꿔 말하자면, 모두가 건강하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조차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현상유지보다는 변화에서 오는 상쾌함과 기쁨이 더 크긴 하니까. 더구나 이 경우에는 목표가 매번 갱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달에서 1년, 그리고는 10년동안 계속해 봤다, 라는 식으로. 그것도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현대인에 대한 증거는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일단 피곤하지 않은 날이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치 자동차의 연료와도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했던가. 계속 컴퓨터, 핸드폰 화면을 봐야 되니 머리도 아프고 눈도 피로하고, 허리와 목도 뻐근하다. 그러면서도 수중에 돈은 늘 충분하지 않고, 스트레스는 달거나 기름진 음식으로 푼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건강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달려간다고 보기에는 이런 양상이 정말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끝에는 대단한 게 없다. 무병장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무병장수한다고 해도 생태계가 극도로 파괴된 상태라 오래 머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원동력이 되길래 우리는 건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걸까? 건강이 뭐길래? 우리는 건강에 대한 무엇을 진리라고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이 되었다.


‘시뮬라크르’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풀면 어떠한 것은 믿기 때문에 현실이 된다는 얘기이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현실이나 진리 같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현실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나는 어쩌면 건강이라는 개념도 시뮬라크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실 단어의 뜻 자체는 그렇게 달라질 여지가 없다. 맑고 깨끗하고 밝은 정신상태에 아픈 곳 없는 신체, 그게 건강한 상태일 것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기준을 잡다보면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우울증을 이겨내는 게 건강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는 당장 밤낮이 바뀐 생활 패턴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게 건강해지는 걸지도 모른다. 어떤 한 식도 전문의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실 사람마다 맞는 식이는 다 다르다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고 해서 역류성 식도염에 대한 일반론만 따라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수면 시간이라든지 체중이라든지 식습관이라든지, ‘건강한 상태’의 대중적인 기준은 어쩌면 거대한 하나의 시뮬라크르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말이 하고 싶었다. 내 주변에도 다양하게 생활하는 지인들이 많다. 정말 일주일 내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지인도 있고 적당히 체력 관리하며 사는 지인도 있다. 최소한 열두 시간 정도는 자야 맑은 정신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지인도 있다. 나는 도대체 누구를 따라해야 하는 걸까? 유튜브나 인터넷에 검색해서 조회수와 좋아요가 많은 충고를 따르면 되는 걸까?


정답은 ‘나만의 건강을 찾는다’인 것 같다. 내 맘대로 엉터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남들이 보통 무엇을 하는지에서 잠시 시선을 거두고 내 상태를 확실히 체크한 다음, 나에게 맞는 건강 상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맞게 차근차근 목표를 더 세워 나가야 한다는 얘기이다. 나같은 경우 남들보다 의지가 떨어진다고 생각되어서, 처음에는 나가서 산책하는 것조차도 힘들었다(물론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건강해지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