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일지: 중간점검 2

아직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by 프리마

9월이 만만했지? 이제 10월 일지를 정리해볼까.

돌이켜보면 별로 좋은 기억들은 아니다. 최소한 따스한 기억들은 아니다. 새로운 기분도 잠시, 날이 갈수록 잊었던 듯 보이던 우울한 감정이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왔고, 나는 그걸 그냥 떠안은 채로 익숙해져갔다. 지난 글에서 내가 기본적으로 진지한 사람이라고 했던가. 생각이 많다는 점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 수많은 그 생각들을 운동으로 날려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2022. 10. 04.

-코스: 가까운 역까지(20분 거리) 빠르게 걷고 빠르게 돌아옴 + 10분 산책 + 유산소 운동기구

-난이도: 먹은 게 체함


악몽을 유독 자주 꾸던 때였다. 먹은 것까지 체하고 아주 가지가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사실 살짝 절망했던 것 같다. 나는 강도가 약한 운동이라도 아예 안 움직이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한 달 동안 꾸준히 하면 달라진 상태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한 업보를 쌓았는지 드라마틱한 변화는 물론 조그만한 변화도 찾아오지 않았다.


2022. 10. 07.

-코스: 20분 걷기, 운동기구

-난이도: 보통


가끔씩 비가 왔었다. 비 오는 날에는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오늘은 운동 안 가도 되겠네, 와 오늘 운동 가야 하는데 못 가네, 가. 건강해지려면 초조해하면 안되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마음이 그게 안된다니까? 여전히 악몽도 자주 꾸고 위장약도 먹고 있었다.


2022. 10. 09.

-코스: 5분걷기(비옴)

-난이도: 이게 운동이냐...?


반성하자. 너무 자책했다. 실제로 난이도 기록한 거 보면 그대로 저렇게 쓰여 있다. 이게 운동이냐, 가 아니라 이것도 운동이야!! 가 되었어야 했다. 10월에는 유독 기분이 엄청나게 오락가락했는데, 이날은 그래도 다른 날보다는 쉴 수 있어서 컨디션 관리를 잘 하면 위장도 덜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은 날이다.


2022. 10. 10.

-코스: 25분 적당히 빠르게 걷기

-난이도: 보통


10월 초에는 그래도 꾸준히 한 모양이다. 날씨가 확 추워졌다고 쓰여 있고, 사진을 찍는 빈도도 엄청나게 줄었다. 사진은 더 이상 찍고 싶지 않았다. 난 원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인증샷. 잘 찍는 법도 모른다. 사진은 뭔가 감정을 남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우리가 사진을 보고 추억을 떠올리는 건 그 사진 덕분이라기보다 그 사진으로 인해 상기된 내 기억과 감정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뭐,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 그래도 풍경 사진은 좋아하는 편이다.


2022. 10. 14.

-코스: 10분 걷기

-난이도: 어려움


운동은 하루이틀만 안 해도 확 느껴진다. 실제로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운동을 안 한지...대략 2, 3주쯤 되었나. 변명하고 싶지 않지만 진짜 "어쩔 수가" 없었다. 매일 할 일들이 몇 개씩 날 기다리고 있으면, 그거 처리하는 것만 해도 정신 없어진다. 그리고 끝나면 피로 때문에 그냥 쓰러진다. 운동? 체력이 어디 남아 있어야 하든가 말든가 결정이라도 하지, 나는 그냥 말 그대로 방전된 건전지였다.


2022. 10. 16.

-코스: 30분 걷기

-난이도: 밤에는 눈에 들어노는 정보가 적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어려웠다는 거야, 쉬웠다는 거야.


2022. 10. 19.

-코스: 30분 걷기

-난이도: 피 곤 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저렇게 적었다. 심지어 '자고 싶어요' 까지 덧붙였다. 얼마나 자고 싶었으면...어쨌든 이맘때쯤 위장약을 끊었고, 나는 이때까지 건강을 일반론으로만 믿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처에 널린 지식들 말이다.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고...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른 거였다. 물론 그러니까 믿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고, 세부적으로 적용할 때는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2022. 10. 23.

-코스: 20분 빠르게 걷기

-난이도: 쉬움


20분씩이나 빠르게 걸었는데 쉬웠다고 쓴 걸 보니, 이날은 기분이 좀 좋았나 보다. 나는 가끔 기분의 업다운이 좀 심할 때가 있다. 기분이라도 좋아서 다행이지, 뭐.


2022. 10. 29.

-코스: 20분 걷기

-난이도: 보통


운동 빈도가 슬슬 줄어들었다. 별 말은 없고, 그냥 오랜만에 걸었고 나쁘지 않았다고만 쓰여 있다.


사실 이 이후로는 11월에 4번 정도 한 것 말고는 더 이상 기록된 것이 없고, 그나마 한 것도 힘들다는 말밖에 없다. 그리고 나머지 메모한 것들은...다 소위 '뻘글'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쓸데없는 듯한 팁들도 올리고, "멘탈이 강해지는 방법" 책도 빌렸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할까 한다. 이 이후로 운동을 안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모든 걸 시작했으니 마무리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뇌피셜이다. 모든 사람한테 다 해당되는 얘기도 아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그냥 개인 에세이인 셈이다. 하지만 한 번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 생각이라는 건 다음 글인 '아웃트로'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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