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보는 세상
비가 온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
나도 내린다.
오늘도 딱히 하는 일 없이
그렇게 나의 하루도 내린다.
길을 걷는다.
단지 길이 있기에.
어디로 가는가?
나도 모른다.
그냥 걸을 뿐.
목적도.
의미도.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는 길.
그리고 난
그 위를 걸을 뿐.
아깝다.
이런 내 흐리멍덩함이.
뭔가 목적이 있어 내가 태어난 것 같은데.
도저히 그게 뭔지 모르겠다.
바보다.
맞다.
인생은 그냥 바보들이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그런 길이다.
비가 온다.
그래도 난 걷는다.
목적이 있어 비가 오는 게 아니듯
나도 목적이 있어 길을 걷는 게 아니다.
그냥 비가 오고
그냥 걷는다.
그래 세상은 그냥 만들어지고
목적 없이 시간이 흐를 뿐이다.
이유가 없다.
그러니 찾을 필요도 없다.
이 세상은 그렇다.
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고
그저 이 세상에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잠시 초대되었다가
변덕스러운 그가
그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그런 곳이다.
난 그런 곳에서 산다.
비가 온다.
그리고 나도 내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