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보는 세상
내린 눈에 미끄러지는 사람들.../푸르고 푸른 날 지음/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그리고
...쌓인다.
어릴 적 내린 눈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내린 눈은
나에게 암울함만 준다.
쿵...
길을 가던 한 명이
빙판 길 위에서 넘어졌다.
쿵...
이어 길을 가던 다른 한 명도
넘어진 사람을
분명 보았지만 또 넘어졌다.
쿵... 쿵... 쿵...
이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어 길을 가는 모두가
빙판 길 위에서 넘어진다.
이젠
드디어 내 차례다.
분명 내 앞에 놓인 길은
내린 눈 때문에 빙판이 되었다.
그리고... 보았다.
마치 춤을 추듯
빙판 길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애절한 몸짓을.
내 앞에 놓여진 길.
그리고
그 길을 가려는 내게
주어진 두 가지 선택지.
넘어질 것인가?
넘어지지 않을 것인가?
처음부터 가고 싶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그러하듯.
내겐
이 길을 거부할 선택권이 없다.
그래 어쩔 수 없다.
가야만 한다면 씩씩하게 가겠다.
하지만 분명히 난 보았다.
내가 가려는 길 앞에
사람들은 무참히도 넘어졌다.
솔직히 겁이 난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길.
한 발 한 발
조심스러게 발을 내민다.
오른발...
그리고 왼발.
첫걸음마를 배우는 갓난아이처럼
내 걸음걸이는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다.
"아앗!!!"
하지만 빙판은
내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크게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몸은 중력을 무시하고
한 마리 새처럼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하지만 난 새가 아니다.
날 끌어당기는 절대적인 힘.
난 그 절대적인 힘을 이길 수 없었다.
쿵...
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쿵...
아프지만 다시 일어선다.
쿵...
포기할까?
하지만 포기하면
여기서 전진하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지겠지.
그래 일어서자!
쿵...
이래도 넘어지고
저래도 넘어질 거라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최선 아닐까?
아니다.
그럼 난 이 빙판이 모두 녹을 때까지
심하면 봄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지박령처럼 지내야 할 것이다.
난 주저앉아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빙판 길 앞에 서서
넘어진 날 보며
겁에 잔뜩 질린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앞을 보았다.
이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이미 벗어난 사람들은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씩씩하게 멀어지는 뒷모습이 보인다.
가라...
서서 걷기 힘들다면
기어서라도 가라.
날 겁쟁이라 놀리면 어떠하랴.
지금 당장
이 빙판에서 벗어나야 하거늘.
하지만
주저앉은 날 바라보는 시선이
자꾸 신경 쓰인다.
어쩔 수 없이 일어섰다.
그리고
앞으로 한발 내딛는 순간.
하늘에서 빌어먹을 눈이
또 내린다.
"이런 젠장!!!"
나도 모르게 한탄이
입술을 뚫고 흘러나온다.
설상가상이라더니.
그런데 그때였다.
내가 빙판길에서 벗어나길
조용히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힘내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던가.
난 힘을 냈다.
미끄러운 빙판에 눈까지 내렸지만.
날 응원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내 발 밑.
아주 단단하게 굳어버린 빙판을 모두 녹여 주었다.
일어섰다.
곧바로 다시 쓰러질 뻔했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을 내디뎠고
끝내 빙판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미 이 길을 지나간 사람들처럼
매정하게 돌아서지 않는다.
몸을 돌려
내게 응원해 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당신들도 나처럼 할 수 있어요. 그러니 힘내요!"
난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 빙판길을 걷는 사람들이
넘어지면 위로와 격려를
성공하면 축하를 해 주었다.
그렇게 우린 모두 빙판길을 건넜다.
난 그때 알게 되었다.
하늘에서 아무리 많은 눈이 내려도
이젠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길이 미끄러워도 걱정하지 않는다.
이 빙판은
우리들의 따뜻한 응원만으로도
전부 녹일 수 있음을 알았으니까.
찬 바람이 몰아쳐 피부는 춥지만
마음은 용암처럼 뜨겁다.
난 당당하게 앞을 보고 걷는다.
내 앞 길에
다시 빙판을 만나도
빙판을 녹여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는 걸 알았으니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