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시간은 참 빠릅니다.
요 근래 글을 쓰면서 항상 시간이 빠르다란 말을 꼭 붙이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고
그에 비해 난 하나도 이룬 게 없는지 말입니다.
그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자꾸 저의 기억 너머로
가차 없이 삭제되어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그녀를 처음 본 것이 말입니다.
지금이야 제 몸이 삐그덕 거리고
뭔가 생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30년 전에는
저도 야망이 가득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처음 본 처자.
처자라고 하니까 좀 그렇네요.
여자, 여성, 아가씨.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나중에 조교를 하던 같은 과 대학원생과 결혼했고
지금은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으려나요?
아니면 이혼.
아니면...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연락이 되지도 않고
되어서도 안 되는 사이니까요.
남의 아내인 여자를 언급하는 게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그리 썩 좋은 인상을 주진 않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생 선배와 결혼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때 이후 소식이 완전 끊어졌으니까... 음...
그런데 이상하네요.
이 정도면 기억 저편으로 완전히 사라져야 정상인데.
지금도 그녀를 생각하면
뭔가 아련한 것이 미련이 남나 봅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 기억 속에 박제된 덕분에
아직도 그녈 기억하는지도 모릅니다.
오래전 제 후배가 결혼을 했는데
신부가 너무 예뻐서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거의 성형수술급 변신을 하게 해주는
신부화장과 엄청난 키높이 힐 덕분이라는 걸
살면서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땐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처럼 생겨서
제가 어떻게 저런 미인을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습니다.
뭐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사이가 깊어지고
원치 않는 임신까지 하게 되어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땐 제가 많이 어려서 그런 건지.
지나치게 예쁜 여자와 결혼하는
그 후배를 질투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그 후배를 결혼식 후
3년인가 지난 시점에
다시 만난 거 같은데요.
결혼식에서 보았던 그 예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디서 막 시합을 뛰고 온듯한 프로레슬링 선수가...
아니지 배가 많이 부른 하마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몸을 가진 남자... 아니 여자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때 듣기로는 애를 낳고 난 후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그렇다고 하던데.
무슨 임신 중독증인가 뭔가 하는 그런 거 같은 거라고 한 거 같은데.
저도 잘은 모릅니다.
하여튼 엄청나게 변한 외형에 얼마나 놀랐던지.
왜 여자들이 임신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알 거 같았습니다.
모든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체형이 다 변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워낙 결혼식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아서였을까요.
다시 만났을 때는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대학원 선배형과 결혼했던 그 여자, 처자, 아가씨.
지금은 아주머니가 되신 그녀.
지금은 잘 살고 계신가요?
잘은 모르지만 아주 우연하게 우린 다시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아주 소중했던 그 기억이 깨어지지 않도록
우린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그래야 내가 기억하는
그때 가장 아름다웠던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그쪽도 그런 생각일 겁니다.
술담배와 세파에 찌들고
올챙이 배를 가진 늙은 아귀 한 마리를 눈앞에서 본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그때의 선배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결론은 서로 만나지 말고
만나도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합니다. ㅎㅎㅎ
아니면 우린 이미 많이 만났지만
서로의 기억 속에 저장된 아주 젊고 멋진 모습만 기억하니까.
늙고 못생겨진 모습의 상대를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하아...
인생이 다 그렇지요. 뭐.
참 짧은 순간인데.
그 좋았던 순간을 놓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매달리는 추태.
모르겠습니다.
진짜 모르겠어요.
새벽은 잠을 자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잠 못 이루고 깨어 있는 사람도 있네요.
그때 만약 대학원 선배 대신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리고 풋내 물씬 나던 내가
먼저 고백을... 아이고 아서라... ㅎㅎㅎ
저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는 빨리 잊고
지금 이 순간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그때를 생각해 보니까.
참 아름다웠던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추억이나 뜯어먹으며
살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새벽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듭니다.
일이나 해야지.
먹고살기도 퍽퍽한데 무슨 감성 타령인지... 에고.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