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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고독 만들기 1

이제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꿉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같은 뜻 같은데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찾아봤는데...

"『외로움』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고독』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씀 함"

이곳저곳을 찾아봐도 별로 차이를 못 느끼겠네요.


다른 분들의 글을 보니...

외로움과 고독의 사전적 의미는 별 차이가 없지만 심리학, 철학적으로는 구분이 된다고 합니다. 

외로움은 타인으로부터 느끼는 고립된 부정적 감정으로 내가 타인을 필요로 함에도 '거절당한 소외'를, 고독은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자기 격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언제나 좋은 말은 철학자로부터...
철학자 폴 틸리히는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외로움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은 고독’이라고 정의했고, 정신분석학자 설리번은 ‘관계로부터 격리된 부정적 혼자됨’을 외로움으로,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됨’을 고독’으로 구분했다고 하네요. 
루쏘는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라고 말했고, 까뮈는 “우주가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다”라고 말했으며, 괴테는 “영감은 오직 고독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라고 고독을 예찬했다고 합니다.


이제 대충 감이 잡히기는 합니다만, 그럼 저는 외로울까요 고독할까요?

아마 외로울 수도 있고 고독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제부터는 고독을 즐기려고 합니다.

[남이섬 어딘가... 혼자 서서 고독을 즐기는...]



외로움과 고독을 언제 느꼈을까요

학창 시절은 오래되기도 했고, 한참 정신없이 놀던 때라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었을 겁니다.

학교 졸업 후 신입사원 생활을 두 번씩이나 할 기회(?)가 있었고, 이때는 동기들과 매일 술 마시며 온갖 피와 살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냈기 때문에 외로움과 고독을 논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신입사원을 거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때까지는 매일 업무를 위해 많은 사람들과 협업과 소통을 하였기 때문에 이때도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팀장이 되면서 처음으로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실장(임원급)이 되면서는 더 외로움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팀/실장은 회의와 협의를 통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방향을 결정한 후, 이를 정리하여 윗선에 보고하여 최종결정을 받는 역할이기 때문에 항상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은 비즈니스가 중심이 되는 관계입니다.


팀장 이전에는 퇴근 후 동료들과 저녁식사나 술 한잔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업무에 대한 불만, 회사에 대한 불만, 직원 사이의 문제, 가족 문제, 돈 문제, 미래에 대한 걱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주제가 반찬이 되기도 하고 술안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틈에 있으면 외로움과 고독을 느낄 새가 없을 것 같았네요.  


어떤 사람과 만날까요

 

팀/실장은 지원이 필요한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원을 원하는 직원만.

팀/실장은 회의에 참석하여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참석한 직원만.

팀/실장은 보고서를 만드는 작성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보고서 작성자만.

팀/실장은 윗분에게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보고 받는 사람만.


이런 만남은 비즈니스 관계의 사람입니다.

서로가 지향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관계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팀/실장도 퇴근 후 동료들과 저녁식사나 술 한잔을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나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항상 조직관점에서 이야기를 듣고 조직관점에서 말을 했습니다. 동료의 어려움이나 문제를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팀과 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생각하고, 여파가 최소화되는 방안을 위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은 깊어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데 외롭습니다.

마치 시내 한복판에 있는 길가 벤치에 앉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자동차와 왁자지껄 떠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쓸쓸히 쳐다보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꿉니다


보직에서 내려와 보니 더 외롭다고 느껴집니다.

그나마 실장이었을 때는 업무 상이라도 자주 이야기 할 기회가 많았는데, 무보직이 되니 PC 모니터랑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여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는 '고독'과 친해지려고 합니다.

이제부터 그 방법을 찾아가는 여행을 오롯이 혼자 떠나고자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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