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사원의 역량 향상 및 실무자의 투입 시점이네요(D-272)
10개월 동안 참석했던 프로젝트에서 이제 발을 빼려고 합니다.
정년퇴직이 가까워지니 특별하게 일도 많은 것도 아니고, 아끼는 후배사원이 좀 도와달라고 해서 중간에 참석하게 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프로젝트의 종료시점이 다가오면서, 더 이상 지원을 계속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후배사원의 역량은 점점 커져갔고, 이제는 프로젝트를 혼자서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후배도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 참석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오랜 업무 노하우도 필요했고, 일종의 방패막이 또는 얼굴마담의 역할도 필요했을 거고요.
뭐 그래도 큰 상관이 없었으니 흔쾌히 받아들였지요.
이후 10개월 간 프로젝트 회의에 참석하면서 굳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10 수년간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관리도 했었기 때문에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은지에 대해 나름의 생각도 있어서 의견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제시를 하는 정도였습니다.
뭐 간혹 욱해서 좀 길고 딱딱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의사를 개진한 적이 몇 번 있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머리 한편에 무겁게 놓여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거의 종료시점을 향해 가고 있는데, 언제쯤 발을 빼는 것이 가장 좋은가' 하는 것이었지요.
지난번 프로젝트 주간회의 말미에 PM으로부터 저한테 한 가지 부탁이 들어왔습니다.
조만간 프로젝트 가동점검을 위한 품질점검 인터뷰가 있으니, 저보고 참석을 해달라고 하네요.
순간 프로젝트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인터뷰를 통해 IT본부에서는 해당 프로젝트가 Go-Live(신규 시스템을 실제 사용자에게 오픈하는 것)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없다면 프로젝트는 통합테스트와 보안점검이 완료되면 사용이 가능하게 오픈되니, 이제부터는 실제 사용하는 실무자가 참석을 해야 하는 단계가 되는 것이지요.
이제 제가 프로젝트에서 발은 뺄 수 있는 시점이 온 것입니다.
인터뷰를 해보니 이미 IT본부에서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온 상태이고, 저한테는 그게 맞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했고, 의외로 인터뷰는 짧은 시간 내 끝났습니다.
회의실 밖으로 나오니 후배사원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어떤 인터뷰를 했는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식사를 하면서 간단하게 IT본부에서 생각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고, 제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정보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공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같이 참석한 누구라도 동일한 생각과 방향을 갖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는 일종의 뉘앙스(Nuance: 어떤 말의 표면적 의미 외에 느껴지는 미묘한 의미) 또는 콘텍스트(Context: 텍스트의 단순한 표면적 의미를 넘어 주변 상황, 시간, 환경 등이 고려된 진의와 같은 것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맥락' 혹은 '문맥'이라고 합니다)도 전달되어야 합니다.
다만 전달 시 개인의 의견이 들어가니 이 점은 잘 정제하여야 할 것입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제는 내가 빠질 시점이 되었다. 앞으로는 해당되는 실무자를 참석시켜 실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 될 때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후배사원은 "지금까지 선배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서 좋았고, 감사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낄끼빠빠'라는 유행어가 있습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라는 말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줄임말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세대 간 소통에 어려움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한번 써 봤습니다.
처음 발을 들이기도 어렵지만, 나중에 발을 빼기는 더 어렵습니다.
특히 나올 때는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하게, 나간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면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았거나, 충분하게 업무를 인수인계하지 못한 것일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후배사원의 진가를 한번 더 느꼈습니다.
스스로 커가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저도 한결 편한 마음으로 발을 뺄 수 있으니, 이 또한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