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초밥집에서 왜 기회에 대한 생각이 날까요? (D-268)
초밥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갑니다.
제가 먹고자 하는 것이 멀리서 보입니다.
가까이 오고 있지만 아직 먹을지 말지 결정을 못했습니다.
그리곤 이내 제 앞을 지나 멀어져 가네요.
약간의 아쉬움이 생기네요.
다음번에 오면 꼭 먹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누군가 제가 찜한 초밥을 가져간 모양입니다.
인생에서 초밥은 그리 큰 중요한 존재는 아닙니다.
그냥 먹으면 맛있는 음식 중 하나일 뿐이지요.
안 먹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잠시나마 컨베이어에 흘러가는 초밥접시 하나도 인생의 기회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Kairos)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모습을 보면 앞머리는 숱이 무성한 대신 뒷머리는 대머리라고 합니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모습을 보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겨서 표현하는 방식인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카이로스를 발견한 사람이 그의 머리채를 쉽게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머리의 숱은 무성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의 뒷머리는 대머리이기 때문에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에 달린 날개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잘못 선택했던 일에 대한 후회는 늘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다음번에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차츰 성장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도전도 안 해보고 가만히 있다가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서는 그 후회가 유난히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기회는 발견한 순간 잡아야 합니다.
한번 지나가면 잡으려고 해도 잡을 게 없습니다.
내가 벌거벗은 이유는 쉽게 눈에 띄기 위함이다. 나의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지만, 나를 발견했을 때는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의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나를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며, 나의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다. 왼손에 저울이 있는 것은 일의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하라는 것이며, 오른손에 칼이 주어진 것은 칼날로 자르듯이 빠른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다.
회전초밥을 영어로는 'Conveyor Belt Sushi(컨베이어 벨트 스시)'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치 공장에서 사용하는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발음이라, 음식에는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맛도 없어 보이는 이름이네요.
그래서 'Rotating Sushi(로테이팅 스시)' 또는 'Revolving Sushi(리볼빙 스시)'라고 하던가, 좀 더 귀여운 표현으로 'Sushi-Go-Round(스시-고-라운드)'라고 한다고 합니다.
저는 Sushi-Go-Round가 마음에 쏙 와닿는 표현이네요.
그냥 맛있는 한 끼의 저녁을 먹기 위해 아내와 같이 온 회전초밥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선택하고 결정하여야 할 것이 있네요.
인생은 죽기 전까지 선택과 결정의 연속입니다.
선택과 결정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어야 합니다.
본인의 몫이 되어야만 남을 탓하지 않고, 자책도 덜 하지 않을까 합니다.
기회는 자주 오지도 않지만, 선택하지 않는 순간 빠르게 사라집니다.
혹시 다른 기회가 눈앞에 온다면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