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방해하는 것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스스로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인 혼자됨인 '고독'과 친해지려고 합니다.
그런데 고독과 친해지려는 저에게 반갑지 않은 회방꾼이 있습니다.
바로 '급함'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빨라서 서두르거나 초조해하는 느낌이 있다"라고 적혀있는데, 저한테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뭐가 급한가요
급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매일의 일상이 급합니다.
어릴 때도 급했고, 지금도 급합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성격이려니 합니다.
아침에 보통 5시부터 5시 30분 사이에 일어납니다. 스마트폰의 알람은 5시 40분에 맞춰져 있습니다. 거의 매일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일어나서 알람을 끕니다. 알람 입장에서는 자기 할 일을 매일 못하고 있는 거지요.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출근하는 데까지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같이 나가는 아들 녀석이 꿈지럭 거리는 것을 못 참습니다. 왜 입을 옷은 미리 준비 안 하는지, 머리는 왜 그리 오래 만지는지, 빨리 나가야 하는데...
또 마음이 급합니다.
앞차는 왜 빨리 못 가는지, 초보인가? 옆차선은 빨리 가는데 왜 내 차선만 막히는지? 신호등은 왜 빨리 안 바뀌는지, 나만 신호등에 자주 걸리는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호체계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운전하는 내내 모든 상황이 조바심치게 만듭니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보고 회신을 보내는 것도 급합니다. 메일 회신이 모두 끝나야 다음 일을 할 수 있으니 쉬지 않고 정리합니다. 중요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전날에 미리 메일을 확인하고 출근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밥을 먹으러 갈 때도 빨리 걸어야 하고, 배식도 음식에 상관없이 짧고 빠른 줄에 섭니다. 먹을 때도 빨리 먹고 운동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합니다.
퇴근하고 식사 후 저녁운동을 나갈 때도 빨리 나가야 합니다. 같이 나가는 아내의 준비가 늦으면 조바심이 납니다. 운동을 할 때도 빨리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운동 효과가 좋다나요.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도 급합니다. 빨리 샤워하고 쉬어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내일 또 일찍 깰 수 있으니...
또 마음이 급하네요.
'급함'으로 인한 '조바심'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감정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러니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스스로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인 혼자됨'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 새겨진 성격이니 쉽사리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이제 급함을 좀 내려놓고 느긋하게 살고자 조금씩 노력하고자 합니다.
하나씩 바꿔 나가고자 합니다.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릴 때까지 그냥 누워서 기다리려고 합니다.
아들이 준비하고 출근길에 나서자고 할 때까지 TV를 보며 기다리고자 합니다.
조바심 내지 않고 안전하게 차선을 지키며 앞차를 따라가고자 합니다.
밥 먹으러 갈 때도 천천히, 먹을 때도 음미하면서 먹으려고 합니다.
운동도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출발하고 여유롭게 들어오고자 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직 많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정신없이 일과 가정을 위해 썼습니다.
이제 남은 절반은 생각의 즐거움과 삶의 여유로움을 가질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생각과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면서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자 합니다.
생각을 통해 제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저만의 글쓰기의 글감을 찾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어쩌면 내면의 목소리가 저에게 좋은 글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하나씩 바꿔 나가고자 합니다. 급함과 조바심이 생기는 것에 대해...
즐거운 고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의 차분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