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좀 늘리세요. 당화혈색소(HbA1c) 5.6%으로 내려 옴.
몸무게 좀 늘리세요
요즘 들어 동네 주치의로부터 매번 듣는 충고가 있으니 바로 "몸무게를 좀 늘리세요"라는 것입니다.
저와 같이 당뇨 전단계인 경우 주로 비만인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살을 빼라는 충고를 듣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전 반대인 것이지요. 그 이유는 바로 제 몸무게에 있습니다.
1965년 생 남자이고 키도 173cm로, 1960년 생 평균키가 170.25cm인 걸 보면 평균보다 조금은 큰 키인데 몸무게는 58kg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본 지인들은 "어디 아프냐? 몸에 이상이 있나?"라고 거의 물어봅니다. 더군다나 염색을 안 해서 머리까지 잿빛이니, 제가 거울을 봐도 좀 환자스럽게 생기기는 하네요.
원래 이런 거는 아니고 1년 전에는 몸무게가 72~74kg이었고 6개월 전에는 67kg이었으니, 대충 1년 전에 비해서는 16kg 정도 6개월 전에 비해서는 9kg이 빠진 셈이네요.
하긴 저도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희한합니다만, 허리가 32~33인치에서 30인치로 줄어서 입던 바지를 전부 새로 사야 했던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습니다. 옛날에 입던 바지를 놔두면서 언젠가는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이 모셔두기는 했습니다만, 아마 입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살이 빠진 이유는...
사실 이 나이에 67Kg 정도면 꽤나 준수한 몸매(?)가 나오기 때문에, 일부로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닙니다. 시작은 아들 녀석이 당뇨병을 걱정하는 아버지를 보고 연속혈당측정기를 사다 주면서부터였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CGM-Continuous Glucose Monitoring)를 부착하면서, 파스타앱의 실시간 혈당 그래프가 주는 압박을 통해 시작된 식사조절과 식후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게 된 것이지요. 그래도 이렇게 까지 살이 빠질 줄은 사실 몰랐습니다. 아마 이래서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살이 빠진 이유는...
우선 앱을 통해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음식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안 먹거나 먹는 양을 최소화하였습니다. 사실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당을 높이는 음식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먹은 후 앱을 통해 실시간(사실은 5분 간격)으로 보이는 혈당그래프를 보면서 전해지는 느낌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마치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의 궤적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서 180mg/dl를 돌파하며 주황색으로 변하더니, 곧이어 200mg/dl도 넘어섭니다. 도무지 어디서 멈출지 알 수가 없었지요.
앱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그래프를 통해 운동을 하면 혈당이 감소한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식후에 바로 운동을 실시하였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혈당이 내려가겠지 하는 바람과 달리 최소 30분 이상은 걸어야 혈당이 내려갔고, 잠시 쉬면 다시 혈당이 상승하여 운동을 더 해야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혈당 그래프를 보면 두 번 정도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운동을 하면 혈당이 내려갔다가, 잠시 쉬면 다시 혈당이 상승해서 추가로 운동을 더 해서 혈당을 내리면 서서히 안정화되는 타입입니다.
이렇게 앱을 활용하여 6개월 동안 식사조절과 식후운동을 한 결과, 체중이 58kg까지 내려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좋아진 것은...
오늘 6개월 만에 다시 당화혈색소를 검사했습니다.
지난번에 비해 나아졌을지 얼마나 좋아졌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5.6%입니다.
'에계, 이전에 비해 겨우 0.1% 낮아졌네'하는 생각과 함께 지난 6개월 동안 노력했던 식사조절과 식후운동의 어려움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렇게 해도 0.1% 감소라니 하는 난감함과 그래도 줄기는 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계속해서 잘 조절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고요.
당화혈색소 정상수치가 병원마다 전문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저는 대한당뇨병학회의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정상이라고 합니다(정상수치가 5.7% 미만이라고 되어 있네요). '정상범위'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식전혈당은 100mg/dl 이상이고, 식후운동을 하지 않으면 식후 2시간 혈당도 140mg/dl 이하로 잘 안 내려가는 불완전한 정상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다짐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나름 강한 수준의 식사조절과 식후운동을 통해 혈당수치를 관리하고자 합니다.
남들은 정상이라 맘 놓고 먹으라고 하지만, 저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은 자제할 것입니다.
식후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식후운동을 통해 혈당스파이크 및 고혈당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와 같은 식습관과 운동패턴으로는 체중을 올리기가 쉽지 않겠지만, 체중을 좀 더 올릴 계획입니다.
이렇게 해야지만 제가 생각하는 '당뇨 No! 피할 수 없다면 죽기 전날 OK!'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