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팀장 24, 주니어와 시니어 사이에 있어야 될 존재의 부재
혹시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Brideg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라는 60년 대 히트송을 아시는지요. 20세기 최고의 포크 듀오라고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의 사이는 무척 안 좋았다고 합니다.
참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의 가사 중에 이런 표현이 있는데, 참 가슴에 와닿는 내용입니다.
When darkness comes and pain is all around
어둠이 몰려오고 온 사방이 고통으로 가득할 때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I will lay me down
제가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갑자기 노래의 가사를 언급한 이유는 바로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제가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와 같이, 주니어와 시니어 사이를 연결해 줄 '중간계층'이라는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중간계층의 부재(不在)
조직이 안정되게 유지되면서도 하나의 유기체처럼 원만하게 작동하려면, 끊어진 곳이 없이 잘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주니어와 시니어 사이에 있어야 할 존재인 『중간계층』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러니 쉬운 일도 어렵게 풀고, 주요 업무뿐 아니라 기본적인 업무에서도 삐걱거리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저희 팀도 신입사원을 뽑을 때 조직에 가장 적합하며 우수한 인재를 뽑습니다. 그런데 신입사원이 대리로 진급하고 이후 과장으로 진급할 때쯤 되면, 과연 이 팀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소속은 본사라고 하지만 군대의 파견부대와 같이 별도로 떨어져서 근무를 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눈도장'을 찍기도 어렵고 본인을 남 앞에 내세울 기회도 적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사 조직 내 일부 팀에서 자기 팀으로 오라는 추파를 계속하여 던지니, 흔들리며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이전에 우리 팀을 떠나 본사로 간 선배들이 해외주재원도 경험하고, 팀장으로 선임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팀에 남아있으면 바보라는 생각을 하게 갖게 됩니다.
꿈과 욕심이 있는 직원은 여전히 많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진급이나 리더에 대한 욕심이 예전에 비해 적다고 하지만, 그래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라는 표현이 있듯이, 꿈과 욕심이 있는 친구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고, 다른 팀에서도 믿고 찾는 직원이라면 더더욱 진급과 승진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5년 차 직원의 면담 요청을 받아 자리를 마련했더니, 본사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우리 팀의 에이스가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흔쾌히 보내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발전과 역량 향상을 위해 더 넓은 곳으로 가보겠다는 직원의 앞길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가끔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힘이 있는 조직에서 일해 봤으면 하는 것입니다. 늘 남에게 치이는 조직이다 보니,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립니다. 윗분의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조직에 인원을 먼저 지원해 주고, 역량 향상을 간절히 원하는 직원이 있으면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다 보니 팀의 에이스가 떠나는 것을 막을 힘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1:1로 인원을 맞교환하면서, 이왕이면 좀 나은 직원이 오도록 버티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에이스를 보내고, 상대팀에서 버리는 카드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래서 외국인 임원과 일하면서 행복했던 것이 바로 이런 부당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뒤돌아 보니 다리가 끊어졌네요
이와 같은 상황이 10여 년 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팀 내에 중간계층인 과장급이 아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나마 있는 과장급은 진급을 못해서 그냥 뿌리를 내린 직원, 그리고 다른 팀에서 버려진 직원들이 입니다. 그러니 이들의 조직 내 업무 기여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새롭게 뽑은 신입사원은 믿고 의지할 중간계층이 없으니, 업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합니다. 이러니 업무에 눌리고 시간에 쫓기면서, 업무를 배워나가기보다는 급하게 일을 쳐낸다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끊어진 다리를 복구하여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병단을 이용하여 임시 가교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튼튼한 기반을 갖춘 다리를 건설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네요. 당장 죽어나가는 신입사원들을 보면 외부인원을 받아서라도, 임시 가교를 만들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임원급 실장을 했었지만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 직원의 역량 향상과 발전을 위해서" 등과 같은 말은 대부분 거짓입니다. 솔직히 '자신의 성과목표의 달성과 진급, 또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진정한 임원이라면 모든 조직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유난히 광(Show off)을 파는 조직에만 관심과 지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요.
실제 필드 업무를 수행하는 곳 보다, 보고서 위주의 업무를 하는 곳에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는 이유가 "조직을 위해서 인가요? 아니면 임원 자신의 성과와 목숨 보존을 위해서 인가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솔직하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네요.
지금껏 본 임원 중 대부분이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라는 말은 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이상하리만큼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임원 진급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끊어진 다리는 언제 누가 어떻게 복구시킬는지 잘 모르겠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