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팀장 26, 언보싱 또는 리더 포비아가 존재하네요.
팀장이 되고 난 후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팀으로 이동을 해야 하거나, 혹은 실장으로 진급을 해야 될 때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네요. 팀 내에서 자리를 물려줄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명의 직원을 물망에 두고 있기는 한테, 문제는 직원들이 서로 팀장 자리를 맡기 싫어한다는 것이지요.
언보싱(Unbossing)이나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
요즘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차츰 강해지고 있습니다.
'20·30대 직장인의 리더 인식 기획조사 2025'에 따르면 리더 역할을 맡지 않더라도 불안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7.3%로, 불안하다는 응답 22.1%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즉, 리더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적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대기업 직장인은 '실제 업무량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47.1%)', 중견 및 중소기업의 직장인은 '팀과 조직의 성과를 책임지는 것이 부담되어서(각 48.1%, 42.8%)', 공기업 직장인은 '팀원의 성장을 책임지는 게 부담이 돼서(48.6%)' 등을 이유로 리더를 기피한다고 합니다.
2030 세대는 갈수록 왜 리더가 되길 부담스러워하는 걸까요?
바로 윗세대를 보면서 나쁜 기억이 학습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리더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리더의 자리는 무겁고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9년 간 팀장과 실장 생활을 하면서 생각나는 것을 적어봤는데, 금전적 이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조직을 안정적이고 유기체와 같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조직의 발전을 위해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여야 합니다.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 목표한 일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시를 하여야 합니다.
♪ 따라오지 못하는 조직원은 코칭과 멘토링을 통해 끌고 가야 합니다.
♪ 수립된 높은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무능하다는 평가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잘한 일을 보고함으로써 조직의 위상을 높여야 합니다.
♪ 잘못한 일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 휴먼네트워크를 통해 협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 혹여나 잘못될 것이 없는지 항상 이중 삼중의 검토를 통해 문제를 예방하여야 합니다.
♪ 남보다 일찍 출근하여 사전에 검토하고, 남보다 늦게 퇴근하며 최종 확인을 합니다.
♪ 퇴근 후에도 미진하거나 부족한 사항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고자 고민합니다.
♪ 다양한 생각과 성향을 갖고 있는 조직원을 하나로 뭉치게 하여 시너지를 창출하여야 합니다.
♪ 적극적인 코칭을 통해 조직원의 역량 향상을 지원하여야 합니다.
♪ 조직원 간의 다른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과 반목을 예방하거나, 봉합하고 치유하여야 합니다.
♪ 서로 다른 이야기를 잘 걸러 듣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 집중과 선택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시켜야 합니다.
♪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조직원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 항상 조직 내 아웃사이더, 훼방꾼, 아첨꾼, 모략꾼, 방관자 등과 일을 해야 합니다.
♪ 듣기 싫은 말과 불만도 들어줘야 하고, 내키지 않아도 다독여주는 말을 해주어야 합니다.
♪ 마음에도 없는 '경청'과 '솔선수범'의 미덕을 발휘해야 합니다.
♪ 영화 'We were solders'를 보며 현실과 다른 리더십을 배웁니다.
♪ 항상 동료 또는 부하직원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여야 합니다.
♪ 나쁜 평가를 받으면 인사로부터 경고를 받고 심하면 면직될 수도 있습니다.
♪ 주말에는 사내정치(Office Politics)를 위해 가정을 등한시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리더는 3D 직무
단순하게 생각하면 3D(Difficult, Dangerous, Dirty) 직무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전 세대로부터 학습된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리더가 되면 격무에 시달리며 개인 시간이 없어지고, 위에서 깨지고 아래로부터 치받치고, 외로움을 오롯이 짊어지고 어려움을 헤쳐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당시에는 그게 리더의 미덕 중 하나였으니까요.
시간이 흐른 후 지금은 팀장 자리에서 내려온 후배를 만났는데, 이전에 비해 표정이 무척 밝아졌더군요.
제 생각에는 팀장에서 내려온 후 자존감이 낮아져서 우울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3D 직무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조심스럽게 현재 어떤 기분인지 물어보니... 정답을 이야기해 줍니다.
"날마다 걱정하고 고민하고 긴장하는 일들이, 하루아침에 눈 녹듯이 사라진 기분입니다."라고 하네요.
우수한 인재가 리더를 거부한다는 것은 조직으로 봐서는 큰 손실입니다.
우리는 "리더의 역량", "리더의 자질",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 "좋은 리더 vs 나쁜 리더", "존경받는 리더란?"과 같이 리더가 갖추어야 할 것에 대해서만 주야장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리더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리더가 되기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리더가 되면 좋은 점이 단지 물질적인 보상이라고만 한다면, 자신을 희생하면서 리더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리더가 됨으로써 팀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동기를 부여하여,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냄으로써 개인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