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발표자 보다 말 많은 팀장

이상한 나라의 팀장 32, 팀장의 지나친 지원 사격으로 뻘쭘해진 발표자

[정상적인 장면]

발표자가 연단에 올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에 성실하게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질의응답이 마무리된 후, 박수를 받으면서 연단을 내려옵니다.


[이상한 장면]

발표자가 연단에 올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발표 후 참석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는 중, 팀장이 추가 설명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이후 발표자보다 전문적인 수준의 답변이 이어집니다.

발표자는 연단에 서서 팀장과 질문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조용히 서 있습니다.

발표자가 발표한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팀장의 답변은 10분을 훌쩍 넘깁니다.

질문자는 점차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발표자는 점점 더 어색한 자세로 연단에 서 있습니다.

마침내 팀장의 상세하고 긴 답변이 끝났습니다.

발표자는 어색한 박수를 받으며 연단을 내려옵니다.


참 이상하고 어색한 장면

이것은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닙니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직원이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실제로 종종 벌어지는 현실적인 상황입니다.

오랜 실무 경험을 통해 전문 지식을 갖춘 이들은, 대부분의 팀원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일천한 직원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지요.


게다가 알고 있는 내용을 바로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솔함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말이 중간에 가로채이지 않도록 계속 이어지는 화법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른바 '위호부익(爲虎傅翼)'으로 강력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 할 수 있죠.


상책과 하책

문제는 팀장의 전문적인 설명 자체보다, 연단에 서 있는 발표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발표자는 이날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고,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성실히 준비했을 것입니다.


비록 답변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틀리거나 잘못된 내용이 아니면 지켜봐 주는 것이 상책입니다.

혹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간단하게 잘못된 부분 또는 핵심만 짚어주는 것 역시 상책입니다.


그런데 발표시간 보다 더 긴 부연 설명을 이어가는 것은 하책입니다.

발표자를 연단에 세워둔 채 오랜 시간 설명을 계속하는 것 역시 하책입니다.



어느 날 사업계획 발표장에서 있었던 일을 보면서 생각이 난 것입니다.

그 상황을 보며, 차라리 팀장이 발표하고 답변하는 편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바심과 조급함을 마음속에서 내려놓지 못한다면, 권한을 위임하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고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피드백을 보내줄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의 위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NXeGIr3jLfzromUJQ5XqwYdraew.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