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팀장 34, 사무실에서 왜 이어폰을 상시 착용할까요?
무슨 경호실도 아니고, 작전 수행 중인 특수부대원도 아닙니다.
그저 조용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사무직 근무자입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랜 시간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으면, 혹시 청력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고음역청력감소
올해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여지없이 '고음역청력감소'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양쪽 모두 저하되어 있으며, 노화에 의한 변화로 생각됩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추적검사 바랍니다."라는 친절한(?) 추가 표현도 들어있네요.
이미 몇 년 전부터 '고음역청력감소' 현상은 있었지만, 오른쪽 귀에만 한정되어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양쪽 모두 고음역대에 대한 청력감소 현상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어폰과 소음성 난청] 출처: 한양대구리병원 이비인후과 이승환 교수 外
소음에 오래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난청을 '소음성 난청'이라고 하는데, 이어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여도 소음성 난청이 올 수 있습니다. 특히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다 보면 음량을 크게 올려 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어폰을 착용했다고 해도 작은 소리로 듣는다면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용자는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량을 높여 들어서 문제가 됩니다. 이어폰은 하루 3~4시간 이내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연속적 사용보다는 1시간 정도 사용하였다면 10분 정도는 쉬어주는 게 좋습니다.
헤드폰의 경우 스피커가 이어폰에 비하면, 고막과의 거리가 멀어 자극의 정도가 덜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귀 전체를 덮는 헤드폰의 경우 주변의 소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음량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소음을 제거해 주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기능의 헤드폰이나 이어폰이 있어, 이를 이용하면 음량을 많이 줄일 수 있어서 귀 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소음에 의한 청력 손실은 소리의 크기와 노출기간에 크게 연관이 됩니다.
85㏈에서 8시간 이상 노출되면 난청이 온다고 합니다. 88㏈에서는 4시간, 91㏈에서는 2시간과 같이, 85㏈를 기준으로 3㏈ 증가 시 청력이 손상되는 시간은 반으로 줄어듭니다.
참고로 큰 길가의 소음이나 큰 식당의 소음이 약 80㏈이고, 큰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는 90㏈, 노래방이나 공연장 또는 클럽의 소음은 100~110㏈정도라고 하네요. 이 정도의 큰 소음이면 5분만 넘어도 청력 손상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제 나름대로는 소음이 크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곳은 가지 않고, 공부할 때도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길거리를 걷거나 운동할 때도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하던데, 저는 외부 시선이 아직도 부담스러워 밖에서는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양쪽이 모두 저하되었다고 하니 은근히 걱정이 되더군요.
설명하시는 의사분은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전에 비해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간혹 상대방의 말이나 TV에서 나오는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얼마 전 정년퇴직한 입사 동기도 청력 손상으로 인해 '초소형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으니 은근 걱정은 됩니다.
왜 하루 종일 이어폰을 끼고 있는지?
이어폰을 끼고 무엇을 듣고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사무실뿐 아니라 휴게실, 식당, 화장실 등에서도 항상 이어폰을 낀 상태로 있으니까요.
조용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는 사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튜브 등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는 사람.
주변 소리가 듣기 싫어 그냥 끼고 있다는 사람 등등.
저도 학창 시절, 공부하면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이나 노래를 들었던 적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에 집중할 때는 끄거나 소리를 줄이곤 했지요.
제가 알기로는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 사항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짧은 시간 내 순차적으로 처리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업무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은 업무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도 차단된다는 문제는 있을 것입니다.
한 친구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싫어서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음악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주변에 잡담이 심한 직원이나 소리가 큰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직원이 있으니 이해는 됩니다.
이어폰 착용에 대한 생각
회사 업무 중 이어폰 착용에 대해 '매너인지 자유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아직도 진행 중이기는 합니다.
개인은 누구나 이어폰을 사용하여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사생활의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고용된 직원은 근무 시간 중 업무에 집중할 의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음악을 듣는 것은 상관없지만, 외부로 흘러나오는 소리로 인해 신경이 쓰여 업무에 방해가 됩니다."
▲ "전화보다는 사내 메신저로 주로 소통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안된다면 내가 좋아하는 노동요를 틀어놓고 일하면 집중도 잘되고,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습니다."
▼ "다 같이 협업하는 공간인 사무실에서 귀를 막고 있다는 것은 '난 너와 소통하고 싶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말 거는 게 부담이 됩니다."
▲ "주변에 소리가 큰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사람과 큰 소리로 사적인 통화를 하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가 큽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듣기 싫은 소음이 차단되니 업무 집중도와 능률이 향상됩니다."
▼ "업무에 집중이 잘 된다고 해서, 누워서 일하거나 속옷차림으로 일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엄연히 사무실이지 집이 아닌데, 자기 편한 것만 생각하는 것은 매너 있는 행동은 아닙니다."
이어폰을 꽃고도 전혀 지장 없이 업무 수행을 잘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 역시 갈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일을 하는 아티스트와 같은 개인 작업자가 아니라면, 사무실은 여러 직원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입니다.
상대방이 말을 걸기 부담스럽게 이어폰으로 두 귀를 막고 있다면,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크고 작은 불편을 초래할 것입니다. 최소한 언제든 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완장치는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네요.
이어폰을 한쪽만 착용한다던지, 음량을 낮추어 상대방의 대화 의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하던지, 시끄러운 상황이 발생할 때만 이어폰을 착용한다던지 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불필요한 오해는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