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들 2

자식은 부모의 거울인가요?(D-20)

태어나서 아버지가 일을 안 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어려서 학교를 다녔을 때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을 때도,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을 때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계셨을 때도...

그렇게 75세까지 일을 하셨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다녀오시는 것도,

출근 때 꼭 양복을 입고 나가시는 것도,

매일 늦게 퇴근하시는 것도...

50년 이상 일을 하시면서 항상 동일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셨습니다.


무척 늦은 퇴직을 하신 후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다녀오시고,

혼자 식사를 차려 드시고,

집안 청소하시고,

조용히 책을 보시고...


혼자 지내시는 아버지께 같이 사시자고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늘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습니다.

"내가 혼자서 밥을 못해먹거나, 혼자서 걸을 수 없을 때까지는... 내가 같이 사는 게 싫다."라고요.


어찌하다 보니 환갑인데, 제 삶도 아버지랑 거의 비슷합니다.

35년 간, 늘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도 퇴직 후, 힘이 있는 한 일이나 활동을 할 것입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늘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무엇인가 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아버지의 자식으로 태어나 살다 보니, 어느덧 아버지를 닮은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저나 할아버지와는 다를 것입니다.

간혹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집안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나중에 보면 아들도 저나 할아버지를 닮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비 오는 날 시나브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 시작한 글인데 마음이 촉촉해집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