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35년 정든 회사를 떠나며'의 커튼콜

정년퇴직자를 위한 은퇴식(D-2)

연극의 마지막 장면을 끝으로 무대 위의 조명이 시나브로 어두워지며 막이 서서히 내려올 때, 마지막 대사가 공기 속에 잔향처럼 남으며 객석은 잠시 정적에 잠깁니다.


정적은 허무함도 마지막도 아닙니다. 무대가 남긴 깊은 여운입니다. 정년퇴임 또한 그렇습니다.


입사하여 퇴직하는 35년 간의 직장생활은 매 순간이 명 장면이었고, 성공적으로 완주해 낸 무대는 그 자체로 완벽했습니다.


입사 당시의 두려움과 기대, 치열했던 경쟁, 웃음과 긴장이 교차하던 순간, 어려움을 극복하며 얻은 진국 같은 동료, 실수와 성취가 함께 엮인 수많은 인생의 막들이 지나가고 이제 긴 공연의 막이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시간입니다.


막이 완전히 닫히기 전, 배우들이 다시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는 ‘커튼콜’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커튼이 내려오기 직전, 배우는 비로소 객석을 바라봅니다.

그동안 회사 생활 중 주인공으로 살아오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얼굴들, 함께 호흡했던 동료들, 조용히 지켜봐 준 가족의 박수 소리가 그제야 또렷이 들립니다.


이 시간만큼은 무대 뒤의 고단함을 잊고, 주인공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와 환호를 마음껏 즐길 시간입니다. 이 박수 소리는 사회라는 무대에서 얼마나 훌륭한 주연 배우였는지를 증명해 주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커튼콜이 이어집니다.

가장 화려한 장면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모두 품은 채 무대 중앙에 서는 시간.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감사의 인사이며, 다음 장을 향한 잠시의 여백입니다.


커튼콜이 끝나면...

역할의 이름을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한 사람으로서의 시간이 시작되고, 지나온 세월이 하나의 작품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배우는 분장을 지우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다음 연극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시작입니다.


정년퇴임 역시 무대에서의 퇴장이 아니라, 다음 무대에서 새로운 배역을 맡기 위한 잠시의 휴식입니다.


이제 무거운 직함과 역할을 내려놓고,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새로운 연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연극을 시작할 때입니다. 그 연극에서는 나를 희생하며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만의 꿈과 여유 그리고 낭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오래도록 이어진 박수 속에서, 이번 연극은 이미 충분히 훌륭했음을 조용히 증명합니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음에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도전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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