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식사와 디저트의 만남 그리고 주변 산책의 시너지
역시 도량의 맛은 변함없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지만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맛에 본질에는 전혀 변화를 느낄 수 없네요.
음식을 주문하고 있으니 임태훈셰프가 인사를 하며 홀을 돌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식사 중간에 인사를 했었는데 오늘은 일찍부터 등장했네요. 간단한 인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전 세 번째 방문이라 손가락 세 개를 펴서 표현했는데 지금 보니 다들 엄지 척을 했더군요.
오늘도 당연하게 '동파육'과 '양고기 튀김'을 기본으로 주문하였고, 지금까지 안 먹어본 음식을 위주로 시켰습니다. '팔진 쟁반짜장', '새우완탕면', '아량 차돌 짬뽕'을 포함하여 모두 5개의 음식이 식탁에 차례로 놓여졌네요. 역시 동파육은 먹을수록 극강의 부드러움과 풍부한 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기 특유의 향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저와 같은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길이 막힌다는 이유로 지하철을 타고 오기는 했지만,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차를 안 가져올 정도로 양고기 튀김과 맥주의 조합은 환상적입니다. 짭짤하면서도 마라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계속 손이 갑니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라 맥주 한 잔 마신 후 먹기에 딱이네요.
세 번째 방문했지만 처음 주문한 팔진 쟁반짜장과 새우완탕면입니다. 유명 중국음식점에서도 짜장면은 그리 변별력이 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해서 지금까지는 주문하지 않았던 음식입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풍부한 해삼물과 적당한 양념 간이 되어있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지난번 송파에 있는 만찢남 조광효 셰프의 '조광 201'에 갔을 때 먹었던 '새우완탕'은 닭 육수를 기반으로 해서 만든 음식이라 물에 빠진 닭은 거의 손을 안 대는 저에게는 별로였습니다. 하지만 도량의 새우완탕면은 해산물과 채소 기반의 국물이라 저한테는 딱 맞는 음식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국물이 정말 시원하네요.
마지막에 아들이 꼭 먹어 보고 싶다고 하는 '아량 차돌 짬뽕'을 먹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바로 '면 매듭'입니다. 이렇게 묶기도 힘들 것인데 면 한가닥이 매듭을 짓고 있네요. 매듭이 있던 없던 면 맛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이렇게 음식만 먹고 집으로 내려가기가 그래서 지난번부터 아들이 계속 이야기하던 디저트 카페를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도량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서촌 쪽에 있는데 이름이 너무 어렵다 보니 그냥 지나치더군요. 카페 이름이 '오쁘띠베르(AUX PETITS VERRES)'로 되어 있고 불어로 '작은 유리잔들'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전 AUX를 외부 단자(Auxiliary)인 줄 알았네요.
그러고 보니 카페 입구에는 전부 불어로만 표시되어 있고, 한글 명칭은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뿐이라 저처럼 불어를 모르는 사람은 '옥스 페티스 베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입구로 들어서서 보니 매장이 무척 좁습니다. 이미 1층은 만석인 상태이고 2층에 겨우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앉았습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개인 사생활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상당히 부담이 될 정도로 테이블이 가깝게 붙어 있습니다. 자의건 타의건 옆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저에게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불만입니다.
이미 도량에서 충분한 식사를 한 이후라 간단하게 커피 한 잔 정도면 충분할 텐데, 그래도 온 김에 디저트는 먹어줘야 한다고 해서 몇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저희가 시킨 것은 아메리카노 2잔과 레몬타르트, 초코타르트, 메르베이유 화이트 레몬입니다. 아들이 가지고 온 디저트를 보니 너무 작고 예뻐서 선뜻 칼을 데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먹어야 하니 결국 제가 피를 봤지요(칼로 잘랐다는 의미입니다).
생긴 것과는 달리 부드럽게 썰리지 않을 정도로 밑부분이나 옆면이 딱딱합니다. 레몬타르트는 이름 그대로 레몬크림이 내부에 충분히 들어있어 상큼, 시큼, 달달한 맛이 어우러집니다. 신 것을 싫어하시는 분은 별로라고 할 정도로 시큼하기는 합니다. 반면에 초코타르트는 "나~ 초코야."라고 하네요.
솔직히 아래에 있는 에끌레르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칼로 자르니 안에 있는 노란 크림이 쑥 밀려 나올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계속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네요. 하지만 좀 비싸서 일단은 하나를 나누어 먹는 것으로 만족했네요.
메르베이유 화이트 레몬은 겉보기에 비해 내부는 다소 딱딱한 머랭이 들어가 있어서 씹히는 감은 있지만, 잠시이고 이네 눈 녹듯이 입에서 녹아버리네요.
잠시 주위를 살펴보는데 냉장고 측면에 '도량의 임태훈 셰프'와 '오쁘띠베르의 박준우 셰프'가 함께 하고 있는 사진이 보입니다. 콜라보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가까운 사이로 보이네요.
오늘도 만족스러운 식사와 디저트를 먹고 집으로 오는 길은 행복합니다.
시간이 있으시면 인근의 경복궁이나 서촌도 한번 둘러보시면 좋은 음식과 좋은 구경의 좋은 시너지를 얻고 가실 것이네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