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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임원을 옆에서 본 한국인

인맥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불리합니다

2년 동안 같이 일했던 외국인 임원이 얼마 전 4년 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하였다고 합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사뭇 한국인 임원과는 달랐기 때문에, 회사를 떠난다는 말을 들으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본인이나 가족들 모두 한국 생활이 너무 좋다고 했었는데, 좀 더 오래 못하고 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이 외국인 임원의 해임은, 이미 2년 전부터 인사 쪽 사람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처음 임원으로 발탁될 때부터 "이 일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다", "경력이나 경험이 일천하다", "나이가 너무 어리다"와 같은 부정적 말들이 많았습니다.

도대체 나이가 어리다는 무슨 의미일까요? 아마 다른 임원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는 한국식 발상이겠지요.


2년 전 같이 있던 외국인 본부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이 "외국인 임원도 곧 떠날 것이다"라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얼마 후에는 "조직이 개편되면서 떠날 것이다", "아직 계약기간이 안 끝났지만,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고 내보낼 것이다", "중간에는 내리기가 어려우니, 연말에 내릴 것이다"와 같은 소문도 돌았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러한 소문에 대해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지요.

업무를 도와주는 한국인 코디네이터가 따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한, 본인은 소문에 대해 잘 인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조직이 개편될 때쯤, 넌지시 "당신이 회사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이냐?"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자신과 가족 모두 한국생활에 너무 만족하기 때문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회사가 자신을 내친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는 듯합니다.



모두 한 목소리로 글로벌 기업을 외치지만, 한국 기업의 기반은 한국입니다.

같은 한국인끼리는 친분 관계를 이용해, 비공식 정보(off-the-record)를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내부 인맥이 거의 없고, 한국말도 서투른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여러모로 참 불리한 상황입니다.

실력 말고도 평가할 항목이 많다는 것도, 외국인 임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인맥, 혈연, 지연, 학연 등 다양한 평가 기준이 한국 기업에는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해외 기업에 취업했다면 인성, 실력과 능력 외에 평가받을 항목이 더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혹시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도 혈연·학연·지연과 같이, 눈에 안 보이는 그 들만의 평가 기준이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만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요.


하지만 아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실력으로 인정받기를 바라니까요.


떠나는 외국인 임원과 그의 가족에게 항상 좋은 일만 생기길 멀리서나마 기원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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