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기회는 불공평합니다.
올해도 이제 딱 하루가 남았습니다.
예전에는 그 해 마지막 날은 퇴근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올해 마지막 날이 되어도, 새해 첫날이 되어도 별로 감흥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날인 1월 1일 하루만 쉬고 바로 출근하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네요. 정년퇴직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딱 일 년 먼저 퇴직하시는 분들을 보니, 내년 말 이즈음의 제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정말로 후회 없이 젊음을 회사를 위해 바쳤다는 분', '같이 일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아서 이 자리까지 무사히 오게 되었다는 분' 등 본인의 소회(所懷, 마음에 품고 있는 회포)와 남은 동료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었습니다.
모처럼 사심 없이 들었습니다.
팀장과 실장 때부터 맘에 안 드신 분이 있기는 한데, 오늘만은 예비 정년퇴직자의 입장에서 들었습니다.
모두 진심으로 회사와 남은 사람들에게 남기도 싶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내년 이때쯤 저 자리에 서서 감사패도 받고, 기념품도 받을 겁니다.
그리고 저도 한마디 말을 남기고 떠나야겠지요.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구처럼 후배사원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을 남겨야 할지...
누구처럼 지금까지 잘 도와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님 아무 말없이 인사만 하고 떠날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하지만 기회는 공평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정년퇴직이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이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정년퇴직이라는 말조차 없었습니다.
정년퇴직 전에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하루라도 빨리 회사에서 내보내려고 애쓴 회사였습니다.
팀장 시절에 그 악랄한 수단에, 도구로 사용되었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마음 한편이 아려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기회는 불공평합니다.
누구는 운이 없어 조기 명예퇴직을 강요당했지만, 누구는 운이 좋아 정년퇴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걸까요?
남은 1년의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