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Mar 21. 2022

초록친구 (3)

고무나무처럼 앞서나가는











본문에서는 앞서나가는 사람이 매우 피곤한 것처럼 썼지만 사실 나도 앞서나가는 사람이다. 고무나무 같은 사람이 100미터 앞서나간다면 나도 50미터 정도는 앞서나간다. 반짝반짝하는 활기가 없을 뿐 행동 빠른 것에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고무나무야 한번 앞서나가기 시작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앞서나가다가 곧 흥미를 잃기 일쑤다. 잎을 크게 몇 장 낸 후에 시들해지는 식이다. 흥미가 식어버릴 때도 있고, 잎 몇 장 내느라 갖은 에너지를 다 써서 지친 후일 수도 있다. 


예전엔 이런 나의 성향을 많이 자책했다. 왜 일을 벌이기만 하고 마무리를 못하나? 할 거면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나? 비정상적으로 크게 키운 잎 몇 장이 되려 창피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앞서나감이 해가 될 때도 있지만 득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시들해진 뒤라도 앞서 크게 몇 장 낸 잎 때문에 새로운 활로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중간에 그만뒀더라도 잎을 아주 내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런 걸 보면 앞서나갈 수 있을 때 앞서나가버리는 고무나무가 옳은 걸지도 모르겠다.


(다음 화에 계속)




#초록친구 #고무나무 #식물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