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나무처럼 앞서나가는
본문에서는 앞서나가는 사람이 매우 피곤한 것처럼 썼지만 사실 나도 앞서나가는 사람이다. 고무나무 같은 사람이 100미터 앞서나간다면 나도 50미터 정도는 앞서나간다. 반짝반짝하는 활기가 없을 뿐 행동 빠른 것에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고무나무야 한번 앞서나가기 시작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앞서나가다가 곧 흥미를 잃기 일쑤다. 잎을 크게 몇 장 낸 후에 시들해지는 식이다. 흥미가 식어버릴 때도 있고, 잎 몇 장 내느라 갖은 에너지를 다 써서 지친 후일 수도 있다.
예전엔 이런 나의 성향을 많이 자책했다. 왜 일을 벌이기만 하고 마무리를 못하나? 할 거면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나? 비정상적으로 크게 키운 잎 몇 장이 되려 창피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앞서나감이 해가 될 때도 있지만 득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시들해진 뒤라도 앞서 크게 몇 장 낸 잎 때문에 새로운 활로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중간에 그만뒀더라도 잎을 아주 내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런 걸 보면 앞서나갈 수 있을 때 앞서나가버리는 고무나무가 옳은 걸지도 모르겠다.
(다음 화에 계속)
#초록친구 #고무나무 #식물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