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거 중독되면 안 되는데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엄마가 보이는 태도가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겠지만 상당히 지금 와선 비이성적이었구나 하는 게 많았다.
엄마는 특유의 낮은 자존감과 높은 자존심이 공존하는, 소위 정말 위험한 나르시시스트였다.
뜬금 없지만, 내가 공부하는 AI에서 지금까지 계속 해결되어야 하는 난제를 두 가지 뽑는다면 과적합과 할루시에이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적합 문제는 인간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떻게 보면 할루시에이션 문제도 '없는 정보'를 끄집어내기 위해 생긴 문제니 피차일반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해외에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는 사람이, 파란 눈의 이방인을 만나서 그 사람이 와인을 마시고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해 보자. 이후, 해외에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 사람에게 '나는 러시아로 갈 거야'라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메타인지가 높은, 다시 말해 자신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적절히 인정하고 넘어가는 사람은 '러시아'라는 국가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을 것이다(혹은, 러시아에 대해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지식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는, 흔히 말해 '과적합 인간'은 '러시아는 외국=외국은 프랑스'라고 생각하여 물론 처음엔 '파란 눈의 이방인이 있다.'라는 적절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러시아는 프랑스어를 쓰며, 보드카가 아닌 와인이 유명한 곳이다, 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 시작할 것이다.
완벽한 비유는 아니지만, 이것이 메타인지의 힘이다. 자신이 모르는 걸 인정하고, 자신이 찾아보는 것.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의 엄마는 그런 능력이 전무했다.
어린 시절, 나와의 말다툼이 있으면 '누가 어른에게 말대답하냐'라는 꼰대 중 꼰대 명언을 날리는 건 기본, 자신이 기분 상해 먼저 말을 끊었으면서도 나중엔 '니가 삐진 거 아니냐'라는, 정작 자신이 기분 상해 나간 건 인정하지 않고 '내가 무조건 이겼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 지금도 마찬가지다.
'군대의 행군은 산책이다.', '생산직은 국가에서 정한 화장실 가는 시간+물 마시는 시간이 있다.', 'PX에서 군복을 판다.'... 이런 근거 없는 말을 내뱉고 출처를 물어보면 일단 언성부터 높이는 게 내 엄마였다. 지금도 물론 그렇고.
직업과 학력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으면 그냥 실업계 가서 공장에서 일했을 사람이 어줍잖은 지식으로 '난 똑똑해'라는 인식을 얻고 싶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내 엄마 뿐만 아니라, 이모, 할머니도 마찬가지지만.
참고로, 이모는 이모의 이가 두 이(二)라는 말을 당당히 했다. 물론 이모의 이는 이모 이(姨)로 다르다는 것.
마찬가지로, 내가 대상포진 걸렸을 때 어줍잖게 들은 지식이 있었는지 '대상포진은 한 번 생기면 면역 생긴다', 라고 했는데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어떤 건지는 알고 한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