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에 피어 있으나
너의 존재를 망각한다.
맨 처음 온몸으로 봄맞이하고
두터운 여름옷을 입을라치면
열매가 주렁주렁
한 겨울
너의 분신은
마지막 인사를 고한다.
쳇바퀴 도는 나를 위해
끝까지 기다리는 너는
강인함을 갖고 싶은 '겨울 산수유'속 내 모습
직박구리의 먹이가 되어
새로 태어나는 봄 날
빨간 속마음을 전해다오.
사십 중반 겨울 어느 날, 선유도공원을 산책하다 빨간 산수유 열매를 보게 되었죠. 학생시절 국어 책에 수록된 김 종길시인의 '성탄제'에서 나오는 산수유 알알에 담긴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가 되어 바쁘게 살아오던 사십 대 중반에 다가오는 산수유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군요.
봄철 옅은 색으로 잘 보이지 않던 노란 산수유가 꽃진자리에 녹색 열매가 열린 후, 무더운 여름철 날씨를 견뎌내며 서서히 구월달에 색이 변하기 시작하며 강렬한 원색의 열매로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죠. 추운 겨울 나뭇가지에 바람이 불어도 굳건히 매달려 있는 붉은 산수유는 지쳐있던 내면을 다시 북돋우게 해주는 계기가 되더군요.
눈이 내려 산수유 열매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로부터 와닿는 강인함이 제게 오롯이 오더군요. 사십 대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이 응축되어 큰 힘이 되더군요.
강인하다는 것은 "나는 씩씩해"라는 말로 보다는 평소의 의젓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세월이 지난 지금 아이들도 잘 자라주었고, 아내하고도 좋은 동반자로서 잘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