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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호 Nov 30. 2024

글쓰기(2)

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글쓰기 수업이 이제 끝나간다. 작가님이 시와 에세이 윤문을 한번 해주셨다. '이걸 이렇게 바꾸면 느낌이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렇게 생각한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으로 보였다. 쥐뿔 전문성도 없는 주제에 고집만 있는 사람.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데에 출연해 피드백 거부하고 자기 맘대로 하다 결국 백종원이 옳았다는 것만 증명하고 마는 사람. 그래서 얼른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빨간 글자의 안내를 따라 쫄랑쫄랑 고쳐 나갔다.


  지금까지 수업 중에 시 두 편과 에세이 하나를 썼는데 그래도 1년 넘게 브런치스토리를 이용해서 글을 썼더니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실력이 늘어있는 것을 알게 됐다. 맞춤법 검사라는 가랑비에 뇌가 조금 젖었나 보다.

들여 쓰기도 했다가 안 했다가 했었는데 반드시 하라고 말씀하셔서 오랜만에 하고 있다. 스페이스바 두 번을 눌러야 원고지 한 칸이라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어서 충격을 받았다.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생각과 얼마나 다를지는 몰라도, 나는 나름 퇴고를 굉장히 열심히 한다. 단어 선택도 꽤 까다롭게 하고, 낱말이나 어절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조사도 이것저것 몸에 옷을 대보는 것처럼 바꿔가며 대본다. 세상사 까다롭게 굴면 밉보이기 쉽지만 글을 쓸 때는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양껏 까다롭게 굴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이번 글쓰기 수업을 듣다 보니 내가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글쓰기와 관련된 것들을 많이 접했던 사람인 것도 알게 됐다. 초등학생 때 숙제를 하고 있으면 잔소리처럼 어머니가 글쓰기 지도를 해주셨다. 고등학교 땐 쓰기 어법 문제집을 열심히 풀기도 했었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 재미로 국어사전을 읽었던 적도 있었다. 대학 1학년 때도 글쓰기 수업을 들었었다. 다 까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은 조금씩 조금씩 어딘가에 쌓여있긴 했었나 보다. 소소한 자화자찬, 혹은 감사를 하면서 시험 스트레스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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